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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면 찍힌다… 택시 블랙박스 '찜찜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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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면 찍힌다… 택시 블랙박스 '찜찜한 동행'

입력
2009.01.20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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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출근길에 택시를 탄 직장인 김모(28)씨는 택시 안 백미러 위에 장착된 검은색 카메라를 발견했다. '몰래 카메라'라고 생각한 김씨는 택시기사에게 항의했다. 기사는 "사고 기록 등을 저장하기 위해 회사에서 설치한 블랙박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씨는 "택시 안 영상이나 대화도 녹화ㆍ녹음된다"는 기사의 말에,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차량 내부에 일명 '블랙박스(차량운행 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하는 택시가 늘고 있다. 운행 중 벌어지는 일을 낱낱이 기록해 사고 처리에 도움을 주고 범죄를 막는 등 긍정적 측면이 있는 반면, 승객의 사생활 침해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블랙박스는 CCTV와 같은 일반 녹화는 물론 사고기록 저장과 음성 녹음까지 가능하다. 또 주행속도, 가속페달, 브레이크, GPS위치정보 등을 100분의 1초마다 기록해 저장할 수 있다. 따라서 사고 원인 분석과 범죄 예방에 유용하다는 장점 때문에 지난해부터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인천에서는 택시공제조합이 나서 법인택시 5,385대에 블랙박스를 설치, 운영 중이며, 서울시와 경기도 택시도 올해 안에 각각 2만2,000대와 3만4,000대 가량에 이를 설치할 예정이다.

블랙박스를 도입한 택시회사들은 "안전운전이 늘고 교통사고 처리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한다. 인천의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실제로 목격자 진술에도 버티던 가해 차량 운전자가 사고 당시 상황이 모두 기록된 블랙박스 동영상 자료를 들이밀자 백기를 든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블랙박스가 전방 촬영 뿐 아니라, 차량 내부용 카메라 설치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택시기사는 물론 승객의 일거수 일투족이 고스란히 녹화ㆍ녹음돼 사생활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인천 집에서 서울로 출퇴근 하는 손모(32)씨는 "업무상 택시 안에서 전화를 자주 하는데 대화 내용이 모두 녹음될 수 있다고 하니, 이제 택시 안에서도 말조심을 해야 겠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택시기사들 사이에서도 반감이 적지 않다. 전모(58)씨는 "개인택시는 어떨지 몰라도 영업용 택시를 모는 나 같은 사람들한테는 블랙박스를 달면 회사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 받는 느낌이 들어 찜찜하다"고 말했다.

개인택시 경력 10년차인 최모(54)씨도 "주변에서 차량용 블랙박스를 설치하라는 권유를 많이 받지만 승객들의 항의를 받을까 봐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현재 블랙박스의 사용 범위나 촬영 범위에 대한 법적 근거나 규제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런 가운데 전방의 영상만 기록되던 초기 모델과 달리, 실내 촬영이 가능한 신형 제품이 속속 보급되면서 사생활 침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대 교수는 "블랙박스 설치에 관한 법적 근거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급이 확산되면 프라이버시권 등과 관련한 법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정책활동가도 "블랙박스는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규제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환 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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