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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책목표에서 빠진 빈곤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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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책목표에서 빠진 빈곤문제

입력
2009.01.2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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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는 올해도 예외 없이 경제전망 겸 목표를 제시하였다. 경제성장률 3%, 소비자 물가 3% 내외, 취업자 10만명 증가, 100억 달러 경상수지 흑자가 그것이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가장 중요한 네 가지 거시지표를 망라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것만 달성하면 후한 점수를 줄 수 있는가? 보통 때는 그럴 수 있으나 경제적 고통이 극심할 올해는 그렇지 않다. 4대 목표를 이뤄도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심각한 저소득층 빈곤문제

통상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소득분배도 악화된다. 1997년 경제위기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의 소득분배는 90년대 중반만 해도 유럽의 복지국가 수준은 못 되어도 영미계열 국가에 비해서는 나았으나, 경제위기 이후 영미국가 수준으로 나빠졌다.

OECD는 20개국을 대상으로 각 국별 2005년 최하위 소득자 10%와 최상위 소득자 10%의 비율을 조사했는데 불평등도에서 한국은 헝가리, 미국에 이어 3위였고, 1995~2005년 중 불평등도가 악화된 정도에서는 헝가리, 폴란드에 이어 3위였다. 한편 멕시코, 터키와 더불어 사회안전망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3개국에도 포함되었으니 가히 소득분배의 불명예 3관왕인 셈이다.

극심한 불황기에는 전반적인 소득분배보다 저소득층의 빈곤문제가 특히 심각하게 된다. 이러한 빈곤문제를 국가 간에 비교하기 위해 상대적 빈곤율이란 개념이 사용된다. 이는 모든 가계를 소득 순으로 세웠을 때 중간에 해당하는 소득의 절반도 벌지 못하는 가계가 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우리는 최근에야 상대적 빈곤율에 대한 공식 통계를 내기 시작했는데, 2007년 전 가구 기준으로 17.5%가 상대적 빈곤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준은 OECD 국가 평균보다는 높으나 아주 심각하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수치가 높아지고 있으며 올해에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상대적 빈곤율 중 우리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가처분 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이다. 가처분 소득이란 개인이 시장에서 번 돈에서 정부로부터 받는 사회보장 관련 금액을 더하고, 정부에 내는 세금과 사회보장 부담금을 뺀 금액이다. 대체로 저소득층일수록 정부로부터 받는 사회보장 혜택이 많고 내는 세금은 적다. 따라서 상대적 빈곤율을 가처분 소득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보다 빈곤율이 낮아 지게 된다. 이 때 그 낮아지는 정도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빈곤문제 해결에 얼마나 역할을 하는지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우리나라의 상대적 빈곤율을 가처분 소득기준으로 계산하면 14.8%로서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할 때와 비교하여 2.7% 포인트가 낮은 수치이다. 이는 OECD 17개 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평균 9.7% 포인트(2000년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 다시 말해 우리 정부의 재분배 정책은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빈곤문제 해결에 대한 기여가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일자리 만들기' 만으로 부족

물론 정부투자 사업을 통해 취업자가 증가하면 빈곤층은 줄어든다. 그러나 건설부문의 일자리는 격한 노동이 가능한 계층에만 혜택을 준다. 또한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대우가 열악한 비정규직이 많아 빈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일본에서는 아동 빈곤의 98%가 취업자가 있는 가구에서 발생하고 있다. 정부의 고용창출 정책은 지속되어야 하나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에는 그것 만으론 부족하다.

정부도 경제· 사회 안전망 확대 등 나름의 노력은 하고 있다. 정부는 노력만 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를 천명해야 한다. 상대적 빈곤율은 경제성장률보다 정부가 더 쉽게 통제할 수 있는, 경제위기에 꼭 필요한 성과지표이기 때문이다. '가처분 소득 기준 상대적 빈곤율 15.0% 이내'를 정부의 목표로 설정할 것을 제안한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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