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법 신문법 등 미디어 법안은 2월 임시국회의 진앙지로 불린다.
쟁점법안 중에서도 가장 폭발력이 크다. 지난 국회에서 '빠른 시일 내에 합의처리토록 노력한다'는 어정쩡한 합의가 이루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2월 국회가 다시 파행상황이 된다면 그 원인은 미디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따라서 미디어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일단 한나라당 내에서 강한 추동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당 내부에서 이견이 적지않게 나오는 등 심상치 않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소장파, 비주류 일부 의원들이 부정적이다. 특히 친(親)박근혜계 의원 중 일부는 노골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더 다듬어야 한다" "국민들이 잘 이해를 못한다"는 얘기를 한다.
특히 미디어법의 핵심인 재벌의 방송 진출, 신문과 방송의 겸영 허용에 대해 부정적인 이들이 많다. 친박측 한 핵심 의원은 "미디어 관련법은 국가 권력구조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지금 논의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며 "신문과 방송, 재벌 사이에는 견제와 균형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허물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접근"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미디어법은 단순히 경제논리만 들이댈 일이 아니다"며 "국민들의 반대도 많은 만큼 시기나 내용에서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한나라당의 현재 입장은 지극히 비겁하다. 방만한 MBC는 민영화하는 대신 재벌과 유력신문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선언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친박 의원 내에도 미디어법의 처리를 주장하는 의원들도 있다.
관건은 박근혜 전 대표의 생각이다. 박 전 대표는 아직은 미디어에 대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주변에선 "박 전 대표도 큰 흐름에선 미디어법에 동의할 것", "재벌의 방송 진출 등에 대해 신중한 것 같더라"는 등 상반된 얘기가 혼재해있다.
다만 박 전 대표가 최근 "여당의 법안들이 오히려 국민에 실망과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5일), "중요한 것은 국민의 마음속에 신뢰를 만드는 것"(15일)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밝힌 대목이 심상치 않다. 한 측근은 "미디어법은 중요한 사안인 만큼 박 전 대표도 조만간 입장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당 내 친박 의원의 비중은 171명 중 60여명을 상회한다. 이는 친박측이 소극적으로 나올 경우 미디어법의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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