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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의 캔버스] '학동마을'로비와 양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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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기자의 캔버스] '학동마을'로비와 양도세

입력
2009.01.1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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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열리자마자 미술계는 또 시끄럽다. 한상률 국세청장의 사퇴로 이어진 그림 로비 의혹 때문이다. 문제가 된 작품은 최욱경(1940~1985) 화백의 '학동마을'이다.

2007년 신정아 학력 위조 사건 이후 삼성그룹 오너 일가가 비자금으로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등 고가의 미술품을 구입했다는 의혹, 국내 경매시장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의 위작 논란 등 미술품은 최근 온갖 종류의 사회적 물의에 연루돼왔다.

이번 사건은 안 그래도 잔뜩 얼어붙은 미술시장에 다시 한 번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미술이 예술로서의 본질 자체보다 불법 상속과 증여의 수단, 로비를 위한 뇌물 같은 어두운 부분이 점점 더 크게 부각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그림이 로비의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그림은 선물로 좋다. 품격이 있어보일 뿐 아니라,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현금에 비해 부담이 덜하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가격이 오른다는 장점도 있다.

과거에도 각종 권력형 비리 사건 때 미술품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지만, 실체가 드러난 적은 없다. 워낙 거래가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그림을 뇌물로 받았다는 사실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술품은 유통 경로를 추적하기 어렵다. 이번에 문제가 된 '학동마을'도 2005년 K갤러리가 주최한 회고전의 도록에 실린 뒤 40개월간 모습을 감췄다가 갑자기 화랑가에 나타났다.

K갤러리 대표는 원래 소장자에게 돌려줬다고 말하고 있는데, 2004년 이 갤러리의 세무조사를 당시 국세청 조사국장이던 한상률씨가 맡았다는 점 때문에 또 다른 의혹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미술품 양도세 도입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화랑을 중심으로 한 미술계는 미술시장을 죽이는 일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20년 가까이 양도세 부과 움직임에 결사적으로 반대해왔던 화랑들은 "컬렉터들은 신원 노출을 꺼리기 때문에 양도세 도입으로 거래 실명화가 이뤄지면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양도세가 있었다면 뇌물로서 그림의 가치는 지금처럼 높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학동마을'을 둘러싼 사건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양도세 도입이 미술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걷어내고 투명성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에 드리워진 불명예가 하루 빨리 벗겨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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