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 건설’을 기치로 내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정부가 20일(현지시간) 출범한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란 상징성으로 대표되는 오바마 정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남긴 막대한 부(負)의 유산을 안은 채 무거운 발걸음으로 출발선에 섰다.
새 정부의 출범이라는 흥분을 느낄 겨를도 없이 그의 앞에는 경제위기, 중동사태, 테러와의 전쟁 등 미국과 세계의 운명을 가를 숱한 과제가 가로놓여 있다.
신중해진 오바마
오바마 정부의 대외정책은 부시 정부의 정책과 어떻게 차별화하느냐가 명제이다. 2007년 2월 일리노이주 스프링필드의 주의사당 앞에서 대선 출사표를 던졌을 때 오바마는 부시 정권의 외교 유산을 청산하겠다고 호기 있게 외쳤다. 2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매우 신중해졌다.
뜻하지 않게 터져 나온 경제위기 때문에 정신이 없는 탓도 있지만, 국제정세가 자신의 입맛대로 전개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는 “오바마가 특히 국가안보에서 미묘하지만 분명한 입장 변화를 보이고 있다”며 “2년 전보다 훨씬 매파적”이라고 전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포함한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외교 현안에서 오바마는 부시 정부의 정책과 교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해법 근본적 변화 가능성
이 가운데 이-팔 문제는 부시 정부와의 차별성이 가장 크게 드러나는 현안이 될 전망이다. 부시 정부는 이-팔 분쟁을 전체 중동평화 문제에서 떼어내 이스라엘 생존의 문제로 보았다.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이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부정하고 여기에 주변 아랍권이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단선적인 구도였다.
중동불안의 근저에 이-팔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거부하다 보니 이스라엘 편향정책으로 치우쳤다. 이는 중동에서 미국 외교의 지렛대를 상실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오바마 정부에서 이-팔 문제는 중동의 안정이란 큰 그림에서 해법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의 생존권 뿐 아니라 독립국가를 향한 팔레스타인의 염원이 배제되지 않는 전환기적인 정책변화가 기대된다.
뉴스위크는 “60년간 계속돼온 미국과 이스라엘의 밀월외교를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후원자 역할은 중동의 미국 역할과 이미지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팔 문제와 달리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란 문제 등은 부시 정부의 외교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정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공약으로 제시했던 ‘이라크에서 16개월 내 모든 전투병력 철군’ 약속은 ‘이라크에서 책임 있게 전쟁 종식’으로 바뀌었다.
아프간 전쟁은 “현명하게 수행돼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동맹국들과의 연대 하에 강력하게 전쟁을 수행할 뜻을 내비쳤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시키고 이라크, 아프간 전쟁의 ‘전쟁 차르’의 지위까지 부여한 것은 국가안보에 대한 오바마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이다.
뉴욕타임스는 “해병대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존스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임명한 데서 안보에 관한 오바마의 매파적 성격을 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외교의 새 기조 ‘스마트파워’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지명자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군사력이나 경제제재에만 의존하는 하드파워 뿐 아니라 정치, 문화, 외교 등 ‘소프트 파워’까지 아우르는 ‘스마트 파워’를 새 외교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밝혔다. 힘에 의한 일방주의 외교로 리더십 상실을 자초한 부시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힐리리는 “외교정책은 경직된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원칙과 실용주의의 결합, 사실과 증거에 뿌리를 둬야 한다”고 밝혀 유연하고 객관적인 외교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테러, 핵확산, 기후변화 등 부시 정부 때 국제사회의 분열과 반발을 초래했던 주요 현안들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다자간 대화틀에서 해법이 우선적으로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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