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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걸음부터 비틀거리는 기업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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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첫걸음부터 비틀거리는 기업 구조조정

입력
2009.01.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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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채권은행들이 92개 건설사와 19개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신용위험 평가에서 퇴출 대상인 D등급을 받은 곳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은 구조조정 의지가 별로 없음을 보여주는 일이다.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도 건설 10~13개사, 조선 2~3개사에 불과해 채권단의 평가잣대가 지나치게 느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야 새살이 돋고 건강이 회복된다. 부실기업까지 끌어안고 가겠다는 채권단의 안이하고 유약한 행태는 신용경색 해소를 지연시키고, 한국경제의 신인도를 떨어뜨릴 뿐이다. 은행들이 CㆍD등급 판정을 최소화하려 하는 것은 부실자산 확대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뒷짐을 진 채 부실기업 솎아내기를 채권은행에 맡긴 것 자체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구조조정의 첫 단추부터 엉성하게 끼워지면 차후의 부실기업 수술도 기대할 게 없다. 감독당국의 기업재무구조 개선지원단과 채권금융기관조정위원회가 발족한 것을 계기로 연초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생사의 기로에 있는 기업들은 자산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보다는 학연 지연 등 온갖 연줄을 동원해 정치권과 은행권에 필사적 로비를 벌여 연명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미국 유럽은 대형 상업은행의 유동성 위기와 기업들의 실적 부진으로 2차 금융 위기가 임박했다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 밖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이 출렁거리고 있다. 수출 생산 투자 소비 고용 등 주요 거시지표가 모조리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초비상상황에선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불안 요인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감독당국은 채권은행들의 건설ㆍ조선사 신용평가를 면밀히 모니터링해 도덕적 해이현상은 없는지 철저히 가려내 구조조정의 물꼬를 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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