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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학적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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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화학적 거세

입력
2009.01.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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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두뇌의 시상하부(視床下部)는 LHRH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한다. 이 호르몬은 시상하부 아래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LH 호르몬을 만들고, LH 호르몬은 몸 속을 돌다 남성의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라는 남성호르몬을 생산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다시 시상하부와 뇌하수체의 호르몬을 조절하는데, 남성을 남성답게 만드는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 성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성범죄자의 범죄 재발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적 거세'(Chemical Castration)는 여성호르몬제제 등 약물을 사용해 인체의 성욕 유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1994년 7월 29일, 미국 뉴저지주의 작은 마을 해밀턴 타운십에서 7세 소녀 메건 니콜 캔카가 무참히 살해됐다. 범인은 메건의 집에서 불과 30m 떨어진 곳에 살고 있던 제시 티멘테카스(당시 33세). 그는 아동 성폭행 전과자였지만 누구도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메건의 어머니는 "모든 부모는 위험한 '성적 육식동물'이 이웃에 이주해 온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며 성범죄자 신상공개법 제정 운동에 나섰고, 뉴저지주는 메건 피살 89일 만에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규정한 '메건법'을 제정했다. 96년에는 같은 내용의 연방법이 공포됐다.

▦성범죄자 제재 수위는 갈수록 높아졌다. 97년 플로리다주가 처음으로 가석방 성범죄자들에게 전자발찌를 채우기 시작했다.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제도가 도입된 것도 그 무렵인데, 현재 미국에서는 플로리다ㆍ캘리포니아ㆍ조지아ㆍ텍사스 등 9개 주가 시행하고 있다. 전자발찌는 만기 출소한 아동 성범죄자의 경우 죽을 때까지 차야 할 정도(플로리다주 '제시카법')로 확산되고 있다. 반면 '화학적 거세'제도의 시행은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반인권적 요소와 함께 임상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성범죄 재발 방지 효과 미검증 등이 이유다.

▦법무부가 15일 공주 치료감호소에 '성폭력 범죄자 치료ㆍ재활센터'를 열었다. 법원의 치료감호 선고와 전문의의 진단을 받은 성범죄자들은 이곳에서 원할 경우 여성호르몬 투여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상습적 아동 성폭력범 예방 및 치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본격적인 '화학적 거세'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성범죄자, 특히 아동 성범죄자 처벌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다만 약물 요법은 임상적 부작용과 범죄 재발 억제 효과 등을 면밀히 따져본 뒤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문용어라지만 더 이상 '화학적 거세'라는 말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듣기가 영 거북하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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