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현 지음/실천문학 발행ㆍ384쪽ㆍ9,800원
민경현(43ㆍ사진)씨의 세번째 소설집 <이상한 만곡을 걸어간 사내의 이야기> 는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구도적 작업, 혹은 기억과 망각의 경계를 묻는 모색 작업이다. 불화(佛畵) 장인들의 세계를 그린 연작인 '복화술 듣는 저녁'과 '그대의 남루한 평화를 위하여', 소설가 시나리오작가 전기수(傳奇叟ㆍ책 읽어주는 이야기꾼) 등이 등장하는 '만복사 트릴로지' 등이 전자에 해당한다면, 출소한 뒤 새로운 기억을 축적하지 못하는 죄수가 주인공인 표제작, 비어버린 기억을 멋대로 만드는 작화증(作話症)에 걸린 사내가 등장하는 '무명씨를 위한 밤인사' 등이 후자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이상한>
이 질문들은 우리가 발디디고 사는 시공간이 과연 실제인가 허상인가를 묻는 질문으로 이어지며, 다시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사이에 틈입된 존재로서의 인간에 대한 물음에 닿는다. 범박하게 말하면 민경현씨의 소설쓰기는 '이성 영역 너머의 그 어떤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만복사 트릴로지'에 등장하는 소설가 설잠의 의문, "예전에는 그 타오르는 문장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가 고민이었지만 언제부턴가는 왜 대괴(우주)가 내 가슴에 문장의 불을 지펴놓았는가, 그 자체가 의문이 되기 시작하였던 것이다"라는 구절은 자신의 존재의미를 되묻는 작가의 괴로운 자문(自問)에 다름아니다.
첫 소설집 <청동거울을 보여주마> (1999)와 두번째 작품집 <붉은 소묘> (2002)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민씨는 그렇게 형이상학적 주제를 천착해온 희귀한 작가다. 그는 "문학이 일상적이고 소소한 이야기를 놓쳐서도 안되지만, 무게있고 골치가 아프지만 '모르는 것'에 도전하는 시도를 포기해서는 안된다"며 "그것에 매달리지 않으면 인간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붉은> 청동거울을>
이왕구 기자 fab4@hk.co.kr
사진=김주영 인턴기자(고려대 언론학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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