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드 로우랜드 지음ㆍ이현주 옮김/팩컴북스 발행ㆍ339쪽ㆍ1만5,000원
'현대경제를 지배하는 숨은 권력'을 부제로 한 <탐욕주식회사> 는 최근의 금융위기 속에서 출판의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 비판' 서적으로 볼 수 있다. 탐욕주식회사>
그런데 이 책의 접근법은 독특하다. 제3세계적 관점에서 신자유주의를 겨냥했건, 괴물처럼 웃자라버린 국제금융시스템 자체의 폐해와 위험을 지적했건, 최근까지 나온 책들은 주로 현재의 상황을 문제 삼았다. 반면 이 책은 자본주의의 현 상황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경과를 근대 이래 '기업 이데올로기'의 형성과정을 역추적하며 파헤친다.
저자가 책의 앞머리에 던지고 있는 질문은 몇 개의 압축된 문장이다. "경제는 어떻게 도덕성을 강탈해 갔는가." "기업은 어떻게 우리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가." "이런 현상들은 언제부터, 어떻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저자는 1부에서 자본주의 형성의 토대가 됐던 18세기 합리주의와 공리주의 철학의 핵심 이념을 순례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과학적 진리를 인간의 문제에 적용해 결국 신으로부터 인간을 해방시키고자 했던 당시의 지적 풍토야말로 과거의 소중했던 윤리적 가치를 뒤흔든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자본주의는 바로 이 같은 철학적 토대에 뿌리를 뒀기 때문에 과거의 절대적 가치였던 선(善) 대신 최대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몰가치적 본성을 갖게 됐다고 분석한다.
책의 2부는 자본주의의 몰가치적 본성을 시장 속에서 완벽하게 구현하고 있는 현대 기업의 괴물 같은 실체를 조명한다. 아울러 기업 시스템이 인간의 삶에 드리우고 있는 부정적 영향을 지적하고 이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하는 방안 등이다.
저자 웨이드 로우랜드는 캐나다의 양대 방송사인 국영 CBC와 민영 CTV에서 기자로 잔뼈가 굵은 논픽션 작가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다소 관념적이다. 기업의 탐욕을 견제하기 위해 그가 제시하는 대안도, 실험실처럼 폐쇄적인 경제체제라면 모를까 오늘날처럼 국가경제가 완전히 개방돼 기업 간에 전지구적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선 실현이 요원해 보인다.
슬슬 산책하는 기분으로, 근대 철학이 어떻게 오늘날의 일그러진 자본주의와 기업의 모습을 낳게 됐는지 살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할 만한 책이다.
장인철 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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