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현동의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래된 미래' 전은 환경과 자연, 그리고 인간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진보를 향해 쉼없이 달려온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망가뜨리고 바꿔놓았는가. 작가 15명의 회화와 사진, 조각, 설치, 영상 작품 60여점이 인공과 자연이 뒤섞인 오늘의 현실을 보여준다.
손정은씨의 설치 '복락원(復樂園)'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있는 숲 속에 흰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앉았다. 주위는 온통 새들의 지저귐과 꽃 향기로 가득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생명이 없는 가짜다.
인조나무와 인조꽃, 인조잔디에 박제된 새를 놓고, 녹음된 새소리를 틀고 분사 장치를 통해 인조향기를 내뿜는 것이다. 늘 변치 않는 유토피아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빗댔다.
김순임씨의 '어디서 굴러먹던 돌멩이'는 작가가 각지를 여행하며 찍은 돌멩이 사진들을 벽면 가득 붙인 작품이다. 그리고 전시장 바닥에는 사진 속 돌멩이의 일부를 쌓아놓았다. 돌멩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풍경을 표현한 것으로, 관객들에게 사진과 일치하는 돌멩이를 찾아보도록 했다.
심현주씨의 영상 '워터프론트 1.92㎞'는 한강변을 촬영한 사진 위에 어항 속 물고기의 모습을 투사시켰다. 개발 논리 속에 파괴되는 자연의 모습과, 인공 환경에 길들여진 인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만계 미국 작가 대니얼 리의 디지털 합성 사진 '꿈'은 동물과 인간의 모습을 뒤섞어놓았다. 생명 연장을 위해 유전자 조작을 서슴지않는 인간에 대한 비판이다. 그룹 공공엘피의 설치 '투발루 인'은 흰색 소금밭과 네온 조명 속에 선인장을 세워 온난화로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의 투발루 섬을 표현했다.
인간이 초래한 불편한 진실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이 전시의 제목은 스웨덴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유명한 저서에서 따왔다. 2월 15일까지, 관람료 무료. (02)598-6247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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