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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몬스터' 무대미술 맡은 미디어 작가 정연두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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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몬스터' 무대미술 맡은 미디어 작가 정연두씨

입력
2009.01.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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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뉴욕현대미술관(MoMA)은 젊은 작가 정연두(40)씨의 영상물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구입했다. 한국 작가의 미디어 작품이 모마에 소장된 것은 백남준에 이어 두번째였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정씨는 조각가로 출발했지만 사진작가로 변신해 2007년 사진작가 최초이자 역대 최연소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고, 최근에는 영상 작업도 선보이며 미디어 작가로 불린다.

그런데 16일 그를 만난 곳은 뜻밖에도 대학로 알과핵 소극장의 무대 위였다. 극단 하얀코끼리의 연극 '몬스터'(고은기 황석정 작, 수르야 연출)의 무대미술을 맡은 정씨는 "어제 무대 리허설을 해보니 배우들이 드나들기 불편한 구조를 만들었더라.

첫 공연을 앞두고 대폭 수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뿐 아니라 제작까지 직접 하는 그는 못질과 가위질까지 일일이 하고 있었다.

그의 연극 참여는 외도가 아니다. 11월 뉴욕에서 열리는 퍼포먼스 비엔날레인 '퍼포마(Performa) 2009'에 초청받아 '시네 매지션'(Cine Magicianㆍ영화 마술사)이라는 제목의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무대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연극과 영상을 동시에 펼치는 프로젝트로, 19세기 말 영화의 편집기술을 이용한 마술로 새 지평을 열었던 프랑스 마술사 조르쥬 멜리에로부터 모티프를 얻었다.

"연극과 영화, 퍼포먼스가 결합된 장르인데 연극의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거든요. 지난해 발표한 영상 작업 '수공기억' 때 무대 연출을 맡았던 수르야씨가 연극을 만든다고 하기에 무대미술을 맡겨달라고 졸랐어요."

그는 "무엇을 갖고 표현하느냐 하는 것보다 무엇을 표현하느냐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모르는 것은 늘 배우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몬스터'는 카바레를 소재로 한 연극이다. 카바레 여가수가 살해된 뒤 주위 사람들이 증언하는 그의 각기 다른 모습과 기억을 통해 인간 존재의 불확실성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정씨에게 카바레는 낯설지 않은 공간이다. 2002년 부산비엔날레 때 카바레 50군데를 다니면서 찍은 사진들을 벽지 작업으로 선보인 적이 있기 때문이다.

"밤이 되면 밍크코트로 갈아입고 카바레로 향하는 자갈치시장 할머니, 전설적인 춤꾼 백선생 등 카바레 속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했었다"는 정씨는 "당시의 작업 경험을 빌미로 이번 연극 무대미술도 잘할 수 있다고 연출가에게 빌붙었다"며 웃었다.

왜 정씨는 작품 속에 연극을 끌어들이려 하는 걸까. "연극은 형이상학적인 레벨과 현실적인 레벨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어서 매력적이죠. 그리고 무대에 관심을 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긴장감 때문이에요. 한정된 시간에 어떤 것을 표현한다는 데서 생기는 긴장감은 무대만이 가진 유일한 요소죠. 그 긴장감에서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모마에 작품이 소장된 소감을 물었다. 그는 "원래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은 모니터로 선보였던 85분짜리 무성영화를 모마에서 큰 스크린으로 상영하겠다고 제안해왔을 때 자칫하면 관람객에 대한 고문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며 웃었다.

"그런데 상영에 이어 구입까지 하겠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고 의미가 컸죠. 하지만 고작 첫 미디어 작업으로 '제2의 백남준'이라 불리는 것은 과대 포장인 것 같아 창피합니다."

올해도 그의 이름은 주로 해외에서 들려올 것 같다. '시네 매지션'의 축소 버전을 6월 국내에서 전시할 예정이긴 하지만, 미국 휴스턴미술관 전시를 비롯해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상반기에만 10여개의 해외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그의 물 속 발길질은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두 편의 영화 제목을 인용해 답했다.

"갖고 있는 생각이 바뀌어도 기존의 기술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죠. 그러나 기술에 얽매이는 것은 다른 가능성을 제한할 뿐이라고 생각해요. 일관성에 대한 강박은 갖지 않으려 합니다. 제 몫은 '포레스트 검프'처럼 바보같이 그저 열심히 지치지 않고 달리는 것이죠. '캐치 미 이프 유 캔'. 연결하고 묶는 것은 평론가와 큐레이터들이 해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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