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강한 엔진'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컨트롤타워에 장착됐다. 바로 지난 주말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커뮤니케이션(휴대폰 및 TV, 생활가전, PC) 부문 수장으로 임명된 최지성(58ㆍ사진) 사장이다. 그는 디바이스 솔루션 부문(반도체, LCD)을 맡은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투 톱(two top) 체제'로 삼성전자 경영을 맡게 된다.
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최 사장이다. 삼성전자를 이끌 차세대 리더 자리를 놓고 그간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온 '애니콜 신화'의 이기태 부회장과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사장이 이번에 물러난 반면, 막차로 '대권 경쟁'에 합류했던 최 사장은 경영 전면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재계에선 최 사장이 '포스트 윤종용'의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피드형 현장 경영' 강점
후발 주자였던 최 사장이 '스타 CEO'로 꼽히던 이 부회장과 황 사장을 제치고 삼성전자의 간판주자로 나설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대외 지명도가 낮았던 게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인지도 높은 중진들은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재용 체제 구축에 그 만큼 부담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각종 해외 전시회 때마다 이재용 전무와 자주 동행하며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점이 최 사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소리 없이 밀어붙이는 '스피드형 현장 경영'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977년부터 30년 이상 삼성에서만 일해온 최 사장의 별명은 '디지털 보부상'. 타고난 마케팅 능력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토대로 글로벌 무대에서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치면서 얻은 이름이다. 그는 1985년 법인이 없던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단신으로 부임해 1,000쪽 분량의 반도체 기술 교재를 암기한 후 바이어들을 상대했고, 알프스 산맥을 차량으로 넘나들며 부임 첫해 100만달러 어치의 반도체를 판매한 일화로 유명하다.
전자업계의 '미다스 손'
철저한 분석에 기반을 두고 밀어붙이는 최 사장의 스피드형 현장 경영은 그에 걸맞은 성적표를 얻어냈다. 업계에선 최 사장이 손을 대는 사업마다 뚜렷한 성과를 내기 때문에, 그를 '미다스 손'으로 부른다.
2006년 '보르도TV'를 앞세워 34년 만에 삼성전자 TV를 세계 1위에 올려놓았고, 2007년 정보통신총괄 사장을 맡아 프리미엄부터 중ㆍ저가 시장까지 목표 타깃 층을 넓혀간 맞춤형 고객 세분화 전략으로 삼성 휴대폰을 노키아와 함께 확고부동한 2강의 지위로 끌어올렸다.
그를 잘 아는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 경영의 기본적인 문제점은 물론, 그에 따른 해결 방안도 현장에서 바로 찾아 해결하는 스타일이어서 의사결정 또한 반박자 빠르다"면서 "혁신에 대한 열정과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발상의 전환이 이번 인사에서 높게 평가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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