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대로부터 광활한 하늘과 해와 달과 별을 보며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 인간은 우주 속에서 어떤 존재인가 하는 근원적인 의문을 던져 왔다. 또한 천체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예측하는 것은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며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기본요건이었다. 그런 점에서 농경사회에서 천문학은 제왕의 학문이었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여러 행성들이 원형으로 움직인다는 프롤레마이어스의 천동설을 굳게 믿으며 천체의 움직임을 이해했다. 코페르니쿠스는 1514년 지구가 태양 주변을 움직인다는 지동설을 주장하였으나 그의 이러한 이론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게 된 것은 1609년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 당시 막 발명된 망원경을 이용하여 천체를 관측한 결과 목성에 그 주위를 도는 여러 개의 작은 위성, 즉 달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이후였다. 중세의 천동설을 뒤집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갈릴레오의 망원경 관측은 근대천문학의 서막을 여는 사건이었다.
올해 유엔은 이것을 기념하여 2009년을 세계 천문의 해로 선포했다. 우주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팽창한다는 허블의 법칙이 발견된 것도 80년 전의 일이고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한 것도 만 40년이 되어 올해는 천문학 역사상 기념비적인 해인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천문의 해 지원에 관한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바가 있는데 아마도 대한민국 국회에서 '과학'에 관한 결의문이 통과된 것은 2005년 세계물리의 해에 관한 결의문이 통과된 이래 처음일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별개의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되었던 근대의 시공간 개념도 20세기 들어 운동상태와 시공 개념이 연관된다는 상대론적 시공간 개념으로 바뀌었다. 나아가 시간 자체가 우주 창조의 특성이고 인간은 137억년이라는 긴 우주의 역사 속에 찰나 동안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말대로, 너무나 미미한 존재인 인간이 우주를 이만큼이나 이해한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운 사실이다.
그런데 이 같은 놀라운 학문적 발전과는 대조적으로 제도상으로는 큰 허점이 있다. 우리가 말하는 역법 즉 날짜와 시각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루의 길이를 정하고 기준점을 잡는다. 예를 들면 오늘이 2009년 1월 17일 몇 시라는 것을 정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흔히 양력이라고 하는 그레고리태양력을 쓰고 있는데 여기에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또한 2009년 초 지구 자전의 속도가 느려져서 생기는 표준시와의 차이를 메우기 위해 윤초를 넣은 일이 있었다. 사소한 일이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정보화·세계화시대에서 불분명한 날짜와 시간에 대한 기준은 엄청난 손실과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중국 등 인근 국가와 음력 설 날짜가 달라 무역손실을 빚는 일이 그러한 예이다. 그래서 국회는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는 천문법 제정을 국회에서 추진하고 있고 이를 통해 역법의 법적 기초를 만들고 천문학의 발전을 기하려고 한다.
1만원권 지폐 뒷면에 있는 천상열차분야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발전된 천문학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제 우주시대를 맞이하여 천문학, 물리학을 비롯한 관련 기초과학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 당장은 실용적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대망원경기술이 위성과 같은 첨단장비에 쓰이듯이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는 창조적인 기술을 이끌어 내고, 우리를 학문과 기술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게 하여 부강한 대한민국의 초석을 놓을 것이다.
2009 세계 천문의 해 표어인 "우주, 당신을 기다립니다"를 보면서 하늘과 우주를 탐구하는 천문학을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지고 우주를 향한 무한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
박영아·한나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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