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진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미국측이 재협상을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고, 요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한ㆍ미 FTA에 대한 부정적 인식, 자동차 산업에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 미국의 현실 등을 감안하면, 정부 주장을 곧이 곧 대로 받아들이긴 쉽지 않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후보자의 한ㆍ미 FTA 재협상 요구와 관련, "미국이 정말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그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고, 또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한국 측이 먼저 의지를 보여야 재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재협상을 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힐러리 후보자의 말을 확대 해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그러나 미국 측의 비준안 조기 통과에 대해서는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면 아무래도 경기를 살리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양국의 비준 처리가 지연되면 이해 관계자들의 다양한 요구 등 복잡한 요인이 더 생길 수 있는 만큼 우리는 우리대로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재협상이든 추가 협상이든 다시 테이블에 앉는 것은 불가하다는 우리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협상은 상대가 있는 것인데 미국측 얘기만 갖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청문회는 이것저것 떠벌리며 약간 과장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힐러리 후보자의 발언이 이 정도 수준에 그친 것을 보면 과대 해석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최근 만난 미국 측 고위 인사들이 청문회에 대해 '힐러리가 선거 때와 달리 한ㆍ미 FTA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며 오히려 놀라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한ㆍ미 FTA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 힐러리 후보자에 이어 찰스 랭글 세입위원회 위원장도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공세가 점점 노골화하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특히나 경제위기 극복의 특명을 안고 출범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무너져가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외면하기는 힘들 것이란 분석이다.
원점에서 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재협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작년 미국과의 쇠고기 추가 협상에서처럼 기존 협정문을 그대로 둔 채 추가 합의 내용을 덧붙이는 추가 협의 가능성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2월 국회에서의 한ㆍ미 FTA 비준 처리 전망에도 더욱 짙은 안개가 깔린 모습이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김광수기자 ks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