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헤이스 지음ㆍ이진원 옮김/21세기북스 발행ㆍ332쪽ㆍ1만3,800원
자동차로 인한 사회 변화는 자동차의 발명 자체가 아니라 자동차가 인기를 끌어 포장도로, 교통법규, 신호등이 만들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화기가 발명된 후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데도 수십년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이 발명된 지 25년이 지났지만 인터넷이 가져올 수 있는 진정한 변화가 나타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실리콘 밸리의 마케팅 전문가인 톰 헤이스는 <판데노믹스> 에서 인터넷으로 인한 새로운 경제질서, 즉 '판데노믹스'(전염경제학)가 2011년을 기점으로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판데노믹스(Pandenomics)는 전염병(Pandemic)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성한 말. 판데노믹스>
수학자들이 '불연속적인 도약'이라고 하는 새로운 질서의 출현을 그는 '점프 포인트'라고 부르면서 인터넷 인구가 30억명에 달하는 2001년 여름이 그 시점이라고 예측한다. 그때쯤이면 지구촌 인구의 절반이 중개인 없이도 상품과 서비스를 사고, 팔고, 투자하기 위해 협력하는 네트워크 경제가 확립되는데, 이 경제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전염병처럼 급속도로 확산되고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판데노믹스를 다양한 각도에서 전망하고 있다. 우선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연결되면서 경제 규모가 지금의 2~4배로 커질 것으로 예측한다. 경쟁이 어느때보다 치열해져 어떤 대기업이나 브랜드라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고, 규모가 적은 소기업이라도 전 세계를 휩쓸 수 있다.
비즈니스 환경도 크게 변화한다.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광고를 시청하면 포인트를 부여해 매월 요금을 최대 100%까지 할인해주는 이스라엘 통신기업 '오렌지'처럼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는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막대한 돈을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를 '관심화폐'라고 부른다.
그룹 비틀즈의 '화이트 앨범'에 힙합 스타인 제이-Z의 '블랙 앨범'을 리믹스한 '그레이 앨범'처럼, 네트워크 경제에서는 정보를 변형하고 재구성하는 파일 공유와 매시업(mashup)의 관행이 도용을 막으려는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확산될 수밖에 없다. 또 수십억명의 낯선 사람들이 엄청난 돈을 놓고 거래하는 네트워크 세계에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해질 것이다.
저자는 인터넷과 함께 성장했고 인터넷이 없는 세상을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현재 13~25세의 연령대가 주도할 판데노믹스의 세상은 "결코 '평평하다'고 할 수 없다"며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세계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발전에 따른 세상의 복잡한 변화는 예측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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