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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청부과학' 과학과 자본의 검은 거래, 그 실상을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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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청부과학' 과학과 자본의 검은 거래, 그 실상을 폭로

입력
2009.01.1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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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마이클스 지음·이홍상 옮김/이마고 발행·408쪽·1만9,000원

1986년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스피린 병에 '바이러스성 질환이 있는 아이들이 복용할 경우 뇌나 간에 갑작스런 손상을 일으키는 라이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는 경고문을 붙이도록 의무화했다. 라이증후군은 1980년에만 555건이 보고됐고 3명 중 1명 꼴로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환인데도 그 전까지는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은 것이다.

폐암 등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석면도 1960년대까지 아무 규제 없이 산업 각 분야에 쓰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결국 석면제조사들은 석면에 노출된 노동자들과 유족들에 대한 막대한 보상금 때문에 파산하기에 이르렀다.

위험물질에 대한 규제가 이처럼 늘 뒷북을 치는 것은 새로운 물질에 대한 과학적 지식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청부과학> 의 저자인 미국 조지워싱턴대 환경·산업보건학 교수 데이비드 마이클스는 "과학 지식이 완전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과학이 부도덕하게 진실을 가리기 때문"이라는 놀라운 주장을 펼친다. 자본과 결탁한 과학, 즉 '청부과학'의 문제인 것이다.

담배, 석면, 납, 벤젠 등의 유해성이 어떻게 은폐되고 가려져 왔는지를 다룬 이 책은 상상을 초월하는 청부과학의 실상을 폭로한다. 흡연자의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가 193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해 50년대에는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담배회사들은 과학자들을 고용해 연구소를 만들고 논점을 흐리는 연구결과를 내놓는 맞불작전을 펼쳤다. '흉부전문가가 말하는 흡연과 암의 상관관계를 확신할 수 없는 28가지 이유' '테스트 결과 폐암 유발 불가, 바이러스 의심' '과학계 보고, 폐암 증가는 결핵 감소와 관련 있다' 등의 연구결과들이 청부의 산물이다.

유해물질을 생산하거나 배출하는 업체들은 이처럼 '정책'이 아닌 '과학'으로 논쟁을 벌인다. 위험성을 폭로한 연구에 의문을 제기하고, 불확실성을 만들어냄으로써 규제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것이다. 고혈압 치료제인 칼슘길항제가 심장마비 위험을 증가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논문에 대한 분석은 기업과 과학자의 관계를 확연히 드러내보인다. 칼슘길항제 사용에 찬성한 과학자들의 96%, 중립적인 이들의 60%, 비판적인 이들의 37%가 이 약의 제약회사와 재정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청부과학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방사능 분야에서 실시하는 '노출 최소화 원칙'을 모든 과학 분야에서 채택하고, 대중에게 위험물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법원의 기능을 강화할 것을 주장한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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