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류스타 배용준과 가요계 스타 제조기 박진영이 만났다'라는 한마디에 팬들보다 더 환호한 건 증시였다. 6일 키이스트(배용준이 최대주주)와 JYP엔터테인먼트(대표 박진영)가 드라마 제작을 위해 공동합작회사를 설립한다는 공시는 키이스트 주가에 날개를 달아줬다. 공시 전후로 5거래일 연속 상한가, 16일 현재 연초보다 95% 급등했다. 지난해 연간 65% 가까이 하락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2. 드라마 <모래시계> 의 잔상이 남아있는 김종학프로덕션의 연초 급등세(50%)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 '100원짜리 주식'(130원)의 오명을 털어내기라도 하듯, 2일부터 5번이나 상한가를 쳤다. '일본 부동산개발업체가 50억원을 투자할 것'(정확히는 양해각서 체결)이라는 소식 덕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승세가 급하고 과하다"고 지적한다. 모래시계>
연초부터 주식시장에 내로라하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배용준 박진영 김종학 등의 '증시 출연료'는 해당 업체 주가의 50~90%대. 개미(개인 투자자)들도 시점만 제대로 잡았다면 가히 대박이다. 실제 시장에선 공시도 나기 전에 관련 소문이 무성했고, 주가 역시 공시 전부터 뛰기 시작했다.
물론 이른바 '딴따라 주가', 에둘러 '엔터(테인먼트) 테마'의 부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걸레는 빨아도 걸레다"라는 비유가 대표적이다. 잠깐은 화려하고 밝지만 이내 캄캄하게 변하는 불꽃놀이나 처음 깨끗할 때 쓰고 버려야지 지니고 있으면 계속 더러워지는 걸레에 엔터 테마를 빗댄 것이다.
그간 '학습효과' 덕이다. 2005년 엔터 테마는 평균 주가 상승률이 350% 이상일 만큼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장동건 이효리 등 스타 이름과 '한류(韓流)'라는 단어만 슬쩍 비치면 관련 주가가 고공행진을 했고, 석연치 않은 우회상장과 인수합병이 판을 쳤다.
하지만 결국 거품이 꺼지고 온갖 작전세력의 온상으로 변질되면서 나락으로 떨어졌다. 주가조작(팬텀엔터테인먼트 등), 허위공시(뉴보텍의 '이영애주식회사' 사건 등), 유명무실(연예인 이름만 빌려주고 실속은 없는) 등으로 엄청난 손실을 떠안은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엔터 테마 종목의 하락 폭은 시장 평균보다 컸다.
그런데도 엔터 테마가 다시 뜨는 이유는 뭘까. 망각효과와 단타를 노린 한탕주의, 오랜 하락으로 기댈 곳이 없어진 투자심리 때문이다. 개미들은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금세 잊고 똑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 마련, 여기에 며칠 만에 대박이 났다는 주변의 검증되지 않은 풍문도 탐욕에 불을 지핀다.
전문가들은 엔터 테마는 가급적 쳐다보지도 말라고 조언한다. 해당 기업의 실적과 펀더멘털(기초체력)을 알 수 없으니, '연예인 이름값=주가'의 등호를 머리 속에 그리지 말라는 얘기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기업의 실질 이익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연예인 이름이 끌어올리는 반짝 급등은 결국 대부분 망가졌다"며 "최근의 사례 역시 관련 연예인은 이익을 볼지 몰라도 소문만 믿고 투자한 개미들은 자칫 감당하기 힘든 결과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창권 대우증권 연구원도 "키이스트의 급등은 낙폭 과대에 따른 효과라 추가 상승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아직 사업성 분석이 되지 않은 기업에 막연한 기대감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자칫하면 작전 세력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서승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매매 물량이 적고 소문에 따라 움직이는 속성 때문에 (엔터 주는) 작전세력이 활동하기 좋은 여건을 지녔다"고 충고했다. 연예인에 대한 열광은 투자자가 아닌 팬으로써만 만족할 일이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이현수 인턴기자(숙명여대 아동복지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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