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입장을 바꿔 이집트의 휴전안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스라엘도 휴전안을 두고 이집트와 협상을 재개키로 해 이번 주말이 사태 종식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하마스 휴전 협상단의 일원인 살라 알 바르다윌은 14일 카이로에서 "하마스가 휴전안의 큰 틀을 바꾸자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혀 휴전안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바르다윌은 "휴전안의 세부 이행방안에 대한 하마스의 입장을 이집트에 전달했고 이집트는 우리의 세부방안을 이스라엘 협상단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dpa통신도 휴전을 중재하는 오마르 술레이만 이집트 정보부장에게 하마스가 자신들의 입장을 제시한 후 이스라엘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하마스가 제시한 세부방안에는 가자 국경을 국제감독관의 감시 아래 개방하는 문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는 15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보낸 서신에서 "우리 요구는 매우 간단하다"며 "이스라엘군이 즉각 철수하고 국경이 개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수뇌부는 이날 밤 긴급회의를 열고 15일 아모스 길라드 국방부 외교군사정책국장을 카이로로 다시 보내 이집트의 휴전안에 대한 후속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지속 여부를 둘러싼 내부 갈등을 수습하고 이집트의 중재 노력에 힘을 실어주기로 합의했다고 이스라엘 TV가 전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만나 이집트가 중재하는 휴전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AP통신은 이집트가 종전을 위한 첫 단계로 열흘 동안 휴전할 것을 하마스 지도부와 이스라엘 협상단에 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종래 입장에서 선회, 휴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이유는 예비군까지 동원한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군사작전이 현실화할 경우 가자지구의 지배력을 상실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군 역할을 자임한 이란, 시리아, 헤즈볼라 등이 기대와 달리 수수방관하는 점도 수세에 몰린 하마스를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는 15일에도 계속돼 병원과 언론사 건물이 파괴됐다. 특히 가자시티에 있는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본부 건물이 이날 이스라엘군의 포격을 받아 구호품 창고가 불길에 휩싸였다. 크리스 구니스 UNRWA 대변인은 "폭격 당한 건물은 이스라엘의 공세를 피해 대피한 난민 수백 명을 수용하던 곳이며 유엔 직원 3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반기문 총장은 "강한 분노를 표한다"고 이스라엘측에 항의했고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말했다. 개전 20일째인 15일까지 희생된 팔레스타인 주민은 1,100여명에 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이날도 확성기 소리를 들은 후 백기를 들고 집 밖으로 나온 가자 주민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했다고 BBC가 보도하는 등 이스라엘군의 반인륜행위에 대한 증언이 잇따랐다.
강철원 기자
박관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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