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해 설치가 시급하다."(서울메트로ㆍ시의회) "다른 사업 등 현안이 많아 당장은 힘들다."(서울시)
서울 지하철 전동차내 장애인과 노약자 등 승객들의 편의ㆍ안전성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차량간 통로문 자동화 사업이 서울시 당국간 내부 불협화음으로 2년째 표류하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승객들이 직접 열고 닫는 차량간 통로문에 대해 투명유리의 원터치식 자동시스템이 설치된 방식으로 바뀌는 사업을 200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서울시의 반대로 관련 예산이 두차례나 삭감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예산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는 "안전성은 물론 소음 및 외부공기 유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사업의 당위성을 일관되게 주장했고, 지하철 운행을 담당하는 서울메트로도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예산편성을 요청했으나 모두 삭감된 것이다..
첫번째인 2007년 12월에는 서울시의회 건의로 통로문 자동화 사업 예산 20억원이 2008년도 시 예산에 실제 편성됐으나 2008년 7월 추가경정예산 심의에서 이례적으로 전액 삭감되기도 했다.
그러나 서울메트로는 다시 2008년 9월 전동차량 100량의 통로문을 자동화 사업비 20억에 대해 2009년 시 예산에 포함시켜 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했다.
요구안은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등의 찬성을 얻어 2009년 예산안에 반영되는 듯 했으나, 예산편성 마지막 절차인 계수조정 과정에서 시의 반대입장에 밀려 또 다시 삭감됐다.
특히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의 예산 삭감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최근 신형차량은 출고 당시부터 통로문이 자동화돼 있어 현재 1~4호선을 운행 중인 전체 전동차(1944량) 중 2호선 일부(280량)에만 자동문이 설치돼 있다"며 "이에 따른 승객들의 편의성 등에 대한 호응도가 매우 높아 자동화 사업을 계획한 것인데 예산배정이 무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시의회도 자동화의 조기 시행을 적극 주장하고 있다. 최형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위원장은 "통로문 자동화는 전액 삭감된 반면 터널내 인도의 공기질 향상을 위해 터널 차도와 인도를 완전히 분리하는 사업의 경우 올해 117억원이나 예산에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아무리 보행자가 많은 터널이라고 해도 전철 자동화사업이 편의성 측면에서 더 많은 시민들이 혜택을 볼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통로문 자동화 사업의 필요성에는 근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즉각적인 사업 시행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명했다. 다른 현안이 많아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6월부터 내년 말까지 전동차 교체 작업이 예정돼 있어, 3호선 전동차 340량의 통로문도 자동화된다"며 "전동차 교체와 스크린도어 추가설치 등 다른 사업도 산적해 있어 자동화사업을 먼저 시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2008년 본 예산에서 삭감된 것은 당시 차량기지에서 문 교체가 가능하지 않고 지방에 있는 제조공장에서만 가능해 효율성 측면을 따졌던 것"이라며 "사업은 전면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상황을 봐 가며 단계적으로 추진해 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장재원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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