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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습관과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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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습관과 추억

입력
2009.01.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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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먹는 자리에서 교수들 몇 분이 요즘 학부모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대학 입학 설명회나 신입생 환영회에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의 동행이 늘어나고 있다는데, 아버지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아들 딸의 수강신청을 대신 해 주느라고 바쁘게 뛰어다니는 어머니, 아들의 강의를 대신 들어주는 아버지 이야기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 교수가 강의를 하다 보니 머리가 하얀 분이 필기를 하며 열심히 듣고 있더랍니다. 강의가 끝난 후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아들이 아파서 대신 왔다고 하더래요. 극성 엄마들에 이어서 아버지 극성이 시작되었구나 놀랐습니다."

"어머니가 어떻게 딸의 수강신청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어머니 머리가 딸의 머리보다 더 잘 돌아가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거예요. 우리나라 맹렬 엄마들의 극성을 누가 따라가겠어요. 한평생 자식의 일을 대신 해 줄 순 없는 건데 참 걱정이죠."

부모가 줄 수 있는 아름다운 선물

대학강의를 대신 들어줄 만큼 유식하거나 맹렬하지 못한 보통 부모들은 '부족한 부모'일까. 대부분의 자녀들은 이런 식의 과잉보호를 원하지 않겠지만, 어려서부터 엄마가 뭐든지 대신 해 주는 것에 익숙해져서 쉬운 일도 혼자 할 줄 모르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다.

부모가 과잉보호를 하는 목적은 날로 심해지는 생존경쟁 속에서 자녀가 좀더 나은 경쟁력을 갖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부모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경쟁은 한계가 있다. 좋은 대학을 목표로 어렸을 때부터 빈틈없이 과외공부 스케줄을 짜고, 대학에 들어간 후에는 수강신청까지 대신 해주고, 잘 나가는 직업을 갖도록 진로 관리를 해주고, 조건 좋은 배우자를 맺어 주는 것까지는 도울 수 있을지 몰라도 자녀의 생을 끝까지 보호해 줄 수는 없다.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행복한 추억과 좋은 습관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나이 들수록 그 말이 절실하게 느껴진다"고 한 친구가 말했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한 추억과 좋은 습관은 한평생 힘이 되고 약이 되고 경쟁력을 키워주는 원천이 된다. 맹렬하고 유능한 부모의 보호는 약효가 짧지만, 추억과 습관은 영원히 한 인간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좋은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 노력은 맹렬부모들의 과잉보호보다 훨씬 힘들고 성과가 나타나는 것도 더디다. 과외공부는 단기간에 성적을 올리는 게 가능하지만 추억이나 습관은 그렇게 되지 않는다. 부모가 추억과 습관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자녀들과 함께 오랜 세월 노력해야 겨우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 책 읽는 습관, 할머니 할아버지께 인사 드리는 습관, 세상 일에 대해서 호기심을 갖는 습관, 신문 읽는 습관, 엄마의 부엌일 돕는 습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습관 등을 어려서부터 키운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장거리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창의력 호기심 남에 대한 배려 등은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어려서부터 북돋아주면 습관으로 몸에 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의력 호기심도 그렇게 키워야

행복한 추억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부모와 가족에 대해서 따뜻하고 그립고 가슴 뭉클한 추억을 가진 사람들은 이미 행복의 조건을 상당 부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모두가 꿈꾸는 성공도 능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인격을 갖추고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성공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들이 나와 있다.

가족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온다. 설빔을 차려 입고 친척 어른들께 세배 다니던 어린 시절의 설날은 한평생 따뜻한 추억이 된다. 올해 설날에도 많은 아이들이 가족과 친척들 속에서 행복한 추억을 만들고, 나눔과 예절의 습관을 익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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