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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에 빛난다/ 이건희 前삼성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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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위기에 빛난다/ 이건희 前삼성 회장

입력
2009.01.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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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경제 나침반' 뉴 삼성이 간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 그룹을 살리기 위해 '버림의 철학'을 선택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리더의 부재는 지난해 삼성을 칼날 위에 서게 했다. 리더가 없더라도 기존 시스템과 조직의 힘으로 어느 정도 굴러갈 수는 있지만,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시의 적절한 방향성과 힘을 실어주기엔 버거운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이 전 회장의 리더십은 1993년 6월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불리는 '신 경영'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로 대표되는 '신 경영' 운동은 국내 1위의 삼성이 세계 1위로 나아가는 험난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세계기업으로 자리하게 한 '모두 바꿔라'

삼성이 창업 이래 지녀온 오랜 가치와 관행들을 철저히 부수는 작업은 이 전 회장에게 맡겨진 첫 번째 과제였다. "일반 제트기의 속력이 마하 0.9정도로 음속의 조금 밑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음속의 2배로 날려면 엔진의 힘만 2배가 되면 가능한가. 천만의 말씀이다. 비행기를 둘러싼 모든 자질, 소재가 다 바뀌어야 한다. 재료공학부터 기초 물리, 화학이 모두 동원돼야 한다. 그래야 일반 제트기에서 초음속 제트기로 넘어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어느 한 부분이 아닌 전 부문의 철저한 변화가 수반돼야 가능하다.(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

'신 경영'을 통한 체질강화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1년 후. 삼성은 1조7,000억원의 순이익(94년)을 달성했고, 그 다음해에는 3조원 대의 순이익으로 승승장구했다. 순풍에 돛 단 듯 자동차 사업 진입도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97년 말 몰아 닥친 외환위기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국내 주가지수 300선이 무너지고 실업자와 노숙자가 넘쳐 났다. 기업들은 엄청난 홍역을 치렀고 삼성 역시 큰 손실을 입었다.

위기는 더 없는 기회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이 이 전 회장에겐 오히려 기회였다.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하고 기존 사업을 다시금 돌아보고 하나하나 새로운 틀을 만들었다.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완수한 삼성은 곧 흑자를 내기 시작해 99년 5조원, 2000년에는 10조원 대의 이익을 실현했다.

삼성이 90년대 수행한 '신 경영'과 '구조조정'은 일견 출발점과 지향점이 달라 보이지만, 한결같이 양적 경영을 청산하고 질적 도약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였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팽창 일변도로 성장을 거듭해온 한국의 주력 제조업이 90년대 중반 세계적 공급 과잉의 벽에 부딪쳐 외환위기의 역풍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 전 회장이 주창한 '신 경영' 리더십의 타이밍이 얼마나 적절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장명훈 AT커니 파트너는 "이 전 회장은 신경영과 구조조정이라는 두 차례의 경영혁신을 통해 몇 차례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졌고, 마침내 그것이 성공했다"며 "반도체 사업의 대담한 확장과 액정 사업의 공격적 경영, 통신 사업의 도전 등 삼성의 운명이 걸린 승부수에 삼성맨들은 회장을 믿고 따랐고 결국은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새 실험, 집단지도체제

지난해 이 전 회장의 퇴진과 동시에 삼성의 조직도 대폭 개편됐다. 삼성그룹을 이끌던 삼각 편대의 한 축인 전략기획실이 해체되고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가 출범했다.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를 이끄는 사장단협의회 산하의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여하는 '브랜드관리위원회'와 '투자조정위원회'는 '뉴 삼성 시대'의 새로운 리더십으로 부각되고 있다.

삼성의 새 경영 방식인 계열사별 독립경영은 실적 위주의 경쟁을 가속화한다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근시안적 경영에 빠질 수 있는 단점도 제기된다. 여기에 컨트롤타워마저 사라져버려 위기 상황에서 신속하고 일사불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계열사들이 적대적 인수ㆍ합병(M&A)에 노출될 경우 계열사간 협력을 통한 대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있다.

대외 여건이 아니더라도 삼성그룹에서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할 리더십의 부재는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인 셈이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새로운 경영실험에 나서는 삼성이 가장 고민하는 과제는 70년 동안 삼성을 이끌어온 '성공 DNA'를 어떻게 유지하고 발전 시키느냐 하는 것"이라며 "'성공 DNA'는 바로 강한 기업문화와 인적 네트워크로, '뉴 삼성시대'의 리더십은 삼성의 이런 강점을 어떤 식으로 활성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장학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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