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일반계 고교는 '2부 리그'로 전락하는 것 아닙니까. ", "결국엔 이런 저런 특수목적고 형태의 학교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일반고로 몰려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겁니다.",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에요."…
교육과학기술부가 최근 교육과정 운영을 사실상 학교 판단에 맡기는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를 2012년까지 100곳 개교하겠다고 발표하자, 공립고와 자사고를 비롯한 특목고 유형에서 빠진 일반 사립고에 비상이 걸렸다.
자사고 특목고 등 100% 학생 선발 자율권을 갖는 고교에 우수 학생들이 대거 지원할 게 분명하고, 이렇게 되면 나머지 일반고는 성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학생들로 채워지는 '마이너 고교'로 전락할 우려 때문이다. 교과부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벌써부터 '일반고= 2부 학교' 등의 자조섞인 글들이 쇄도하면서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자사고가 문을 열면 특목고에 밀려 가뜩이나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일반계고의 소외가 가속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서울 강북의 C사립고 A교장은 "자사고가 개교할 경우 전체 고교의 4분의 1이 넘는 학교가 일종의 특목고 형태가 되는데, 이를 제쳐두고 누가 일반고를 가려 하겠느냐"고 말했다.
이 교장은 "학생과 학부모들로부터 '우리 학교는 자사고로 전환하지 않느냐'는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학교는 재단 형편이 좋지 않아 자사고 신청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자사고가 개교하면 학생 선발 자율권이 확보된 고교는 전체의 30%에 육박할 전망이다. 12월 현재 외국어고 과학고 국제고 자립형사립고 등 비(非) 일반고로 분류되는 학교는 총 200여개. 여기에다 자사고 등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에 따라 300개 고교가 추가로 문을 열면 비일반고 숫자는 500여개로 늘어난다.
전문계고를 제외한 전체 고교 1,500여개의 30%에 해당하는 것이다. 외고(2만5,580명), 자립형사립고(5,137명), 과학고(3,470명), 국제고(1,044명) 등 이들 고교의 학생수도 지금은 전체의 2.5% 정도지만, '300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2012년이면 10%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다양화 고교'에 주요 대학 진학을 노리는 학생들이 집중되면 일반고는 겉잡을 수 없는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교과부도 이를 감안해 자사고 지정 학교의 경우 연 24억원에 달하는 재정결함보조금 지원을 끊는 대신, 이 예산을 일반고로 돌려 교육투자 등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홍익대 교육학과 이윤미 교수는 "재정결함보조금이 일반고 교육개선으로 곧바로 이어지기란 불가능하다"며 "특히 공립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문제에 국가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흥주 교육분권연구실장은 "일반고는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이들 고교의 질적 수준 개선을 위한 투자가 획기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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