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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6> '외국인 근로자 진료봉사' 사자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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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나눔-희망이 곁에 있습니다] <36> '외국인 근로자 진료봉사' 사자한씨

입력
2009.01.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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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말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 사무실에 얼굴이 까무잡잡하고 키가 작은 외국인 한명이 수줍은 듯한 미소를 띠며 들어섰다.

이충현 사무국장은 무료진료를 받거나 약을 얻기 위해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려니 여기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상담준비에 나섰다. 하지만 그는 도움을 받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었다. "허락하신다면 이곳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서툰 우리말로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날 이후 매주 일요일마다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이곳을 찾아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하는 일은 무료진료소를 찾는 동료들의 입과 귀를 대신해주는 통역과 약국 보조업무. 하지만 어려움에 처한 외국인 근로자가 눈에 띄면 어떤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든다. 이 사무국장은 "너무 열성적이어서 한국인 자원봉사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주인공은 방글라데시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 사자한(35)씨. "원래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친구가 불법체류자 단속에 걸려 그만뒀어요. 친구 대신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을 돕고 싶어 자원했어요." 그는 "여기서 일하는 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웃음 띤 얼굴로 "나보다 어려운 동료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한국인이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현지 회사에 취직했다. 그러다 현지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한국인 사장을 따라 1998년 이곳에 왔다. 부모님과 3남5녀 등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생활고를 무릅쓰고 월급의 절반을 떼내 송금할 만큼 열심히 살았다.

일이 없어 2년간 실직을 하는 아픔도 겪었지만, 한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있는 동료들을 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불법 노동자 신분이어서 몸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10년간 한국 생활을 한 만큼 이들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요."

그는 일요일이면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 제일 먼저 나와 강의실 한켠에 무료진료소를 직접 만든 뒤 통역과 약국보조 등 온갖 잡무를 도맡는다. 진료가 끝난 후 자리를 깨끗이 정리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오랜 기간 지병을 앓다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수소문해서 찾아오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이에요. 평소 약을 구하기가 힘든 탓인지 당장 아프지 않더라도 10일 이상치의 약을 타가는 사람도 많아요. 약을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충고를 해도 듣지 않을 때는 안타깝지요."

그런 그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보건의료 지원을 위해 이동진료 차량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45인승 버스에 수술과 진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첨단 의료시설을 갖춘 차량이었다.

사자한씨는 지난 11일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에 이동진료 차량이 들어서자 가장 먼저 버스에 뛰어올랐다. 진료를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픈 동료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의료장비를 빨리 구경하고 싶어서다. 차량에는 안과, 이비인후과는 물론 산부인과 검진까지 가능한 의료기구가 탑재돼 있었고, 수술실도 마련돼 있었다.

"외국인 근로자들, 특히 여성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산부인과 치료입니다. 비싼 치료비 때문에 산부인과에 갈 엄두를 못 내던 여성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거에요."

하지만 진료 여건이 좋아졌는데도, 무료진료소를 찾는 외국인들이 많이 줄어 안타깝다.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탓이다. "평소 일요일에는 150명 정도가 찾았는데, 지난해 말부터 70~80명으로 절반 가량 줄었어요. 단속반에게 적발될까 두려워 주말이면 외출을 못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그는 요즘 더 바빠졌다. 동료 대신 약을 타서 전달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황 여파로 월급을 제때 못 받거나 직장을 잃는 동료들도 늘고 있다.

"한국 사람처럼 보호를 받지 못하는 우리에겐 몸에 난 상처보다 마음의 상처가 더 크고 아프답니다. 나도 어렵게 살아가고 언제 직장을 잃을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는 날까지는 동료들의 아픔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계속하고 싶어요."

■ 그랜드코리아레저 '세븐럭 봉사단'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Seven Luck)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기업 특성에 맞춘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2005년부터 국내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치료 및 교육지원 사업, 문화체험 등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국경 없는 나눔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

특히 2007년 5월 임직원이 모두 참가하는 '세븐럭 봉사단'을 구성, 단순 기부형 지원에서 벗어나 자원봉사 등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참여형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봉사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해 마일리지 고득점자에게 포상을 하는 등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럭 봉사단이 가장 중점을 둔 프로그램은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다문화 가정에 대한 교육지원. 결론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2007년 7월 국내 유일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초등교육 대안학교인 '아시아공동체'와 지원업무 협약을 맺으며 본격적인 교육지원 사업에 나섰다.

이후 문화체험과 여름캠프 등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우리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근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엄마 나라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세계 12개국 8,000여권의 '엄마나라 동화책'을 갖춘 국제어린이도서관을 설립했다.

교육과 함께 의료지원 사업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 봉사활동이다.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과 외국인 근로자 보건의료지원 사업 협약을 맺고,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노동자 무료 진료를 지원하고 있다.

2007년 치과와 산부인과 진료 차량인 '사랑의 이동클리닉 1호'에 이어 2008년엔 안과와 이비인후과 진료를 위한 '사랑의 이동클리닉 2호'를 제작ㆍ지원했다.

이를 통해 다문화 가정 및 외국인 근로자 5,300명에 대해 무료 건강검진을 실시했다. 이는 국내 외국인 근로자들의 건강 수준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기초자료를 제공, 국회 세미나에 활용되기도 했다.

권오남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인 만큼, 우리 사회의 다문화 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사회공헌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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