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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신년특집/ 소, 가족이나 다름없는…우직·순박·근면의 대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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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신년특집/ 소, 가족이나 다름없는…우직·순박·근면의 대명사

입력
2009.01.16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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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는 오랜 역사 속 깊은 인연으로 우리네와 삶을 함께 일구었던 동물이다. 묵묵히 밭을 갈고 짐을 날랐던 소는 실한 일꾼이었고, 집안 제일의 재산이었다. 우리 아버지, 할아버지가 새벽이면 가마솥 가득히 쇠죽을 끓여 소에게 뜨끈한 아침 식사를 차려낸 것은 소를 단순한 가축이 아닌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소는 우직하나 성실 온순하고, 끈질기며 힘이 세나 사납지 않고 순종한다. 이러한 소의 속성이 한국인의 정서에 녹아들어 여러 가지 관념과 풍속을 만들어냈다.

우리 민족은 소를 한 가족처럼 생각했기에 그 배려 또한 각별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짚으로 짠 덕석을 입혀주고, 봄이 오면 외양간부터 먼저 깨끗이 치웠으며, 겨울이 올 때까지 보름마다 청소를 해주었다. 이슬 묻은 풀은 먹이지 않았으며, 늘 털을 솔로 빗겨줘 가지런히 했고, 먼 길을 갈 때는 짚으로 짠 소신까지 신겨주었다.

소는 아주 큰 일꾼이었다. 농경사회에서 소는 농사의 신으로까지 추앙받았다. 고대 중국의 전설상의 제왕인 신농씨는 머리는 소에 몸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농사를 짓는데 절대적 역할을 했던 소를 영물시한 결과, 후세 사람들이 신농씨를 농사신으로 신격화한 것이다.

힌두문화권에서는 쇠고기가 금기시된다. 인도에서 쇠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소가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시바신의 탈 것으로, 신성한 동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석가모니의 이름은 고타마 붓다인데 '최상(타마)의 소(고)'란 그 뜻으로 미루어 소의 신성도를 가늠할 수가 있다. 석가모니를 우왕(牛王)으로 일컬음도 그 때문이다.

또한 불교에서는 사람의 진면목을 소에 비유한다. '십우도(十牛圖)'와 '심우도(尋牛圖)'는 선을 닦아 마음을 수련하는 순서를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본성을 깨달아나가는 과정을 소를 찾는 일에 빗대, 그것을 찾아서 얻는 과정과 얻은 후에 주의할 점을 이르고 있다.

소의 성격은 순박하고 근면하고 우직하고 충직하다. '소같이 일한다', '소같이 벌어서', '드문드문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말은 꾸준히 일하는 소의 근면성을 통해 인간에게 성실함을 일깨워주는 속담이다.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는 속담은 소의 신중함을 들어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말을 조심하라는 뜻이다.

한편으로 소는 큰 덩치에 우직하고 고집이 세기 때문에 때로는 어리석으며, 아둔하고, 미련한 짐승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소의 고집 세고 미련한 면을 들어 '소 귀에 경읽기'니, '황소고집'이니 하는 말이 생겼다.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는 식의, 우연히 공을 세웠을 경우도 소에 빗대어 말한다. '말 갈 데 소 간다'는 속담에서처럼 분별력 없는 존재로 폄하되기도 한다. '소 죽은 귀신 같다', '소 같고 곰 같다'라는 속담에 이르면 쇠고집은 고집불통의 대명사가 된다. '소 힘줄'은 '고래힘줄'과 더불어 매우 미련하면서도 고집 센 사람을 지칭하는 데 통용된다.

그러나 소의 이런 우직한 면모는 곧 변함없는 품성, 다소 고집 세더라도 순박한 성품의 다른 모습일 것이다.

소띠 해는 소의 그런 품성을 닮은 여유와 평화의 한 해이다. 어진 눈망울, 엄숙한 뿔, 슬기롭고 부지런한 힘, 유순, 성실, 근면, 인내 등 소의 덕성으로 기축년 소띠 새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 힘찬 재도약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해본다.

● 소 꿈 해몽 : 소가 집으로 들어오거나 소 매는 꿈은 재물수…누렁소 나오면 최상

소는 부를 불러오고 화를 막아주는 존재이다. 이사한 후나 동제를 지낸 후에는 소뼈나 소고삐를 매달아 귀신의 범접을 막는 부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꿈에서 만나는 소는 조상, 산소, 자식, 재물, 협조자, 사업체, 부동산을 상징한다. 소꿈에 대해 '소가 문 밖으로 나가면 간사한 일이 생긴다' '소가 사람을 밟으면 불길하다' '누렁소나 암소가 들어오면 복이 들어온다' '소를 타고 성에 들어가면 기쁜 일이 있다' '소를 끌고 산에 오르면 부자가 된다' '소가 언덕을 오르면 아주 좋다'고들 해몽한다.

꿈속의 소는 조상이 무엇인가 후손에게 할 말이 있어서 나타난 것이고, 그 태도에 따라서 자손은 장래를 점칠 수 있다고 보았다. 소가 자손의 미래에 불길한 일이 있어서 알려주려고 나왔다고 생각하기에 꿈에 소를 보면 근심이 생긴다고도 했다.

재물의 상징인 소가 꿈속에서 집안으로 들어오거나 소를 끌어다 매는 꿈은 재물이 들어오는 꿈이다. 반대로 소가 꿈속에서 밖으로 나가거나 낭패와 곤란한 일을 당하면 불길한 징조라고 한다. 검은소, 점박이, 잡색의 소가 꿈에 나타나도 그렇게 본다. 꿈속의 소는 누렁소가 최상이다.

이성원 기자 sungwon@hk.co.kr

도움말=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천진기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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