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2> 에코스틸, 미래 바꾼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녹색혁명 한국경제] 제1부 <2> 에코스틸, 미래 바꾼다

입력
2009.01.16 05:02
0 0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75m 높이 환경센터 관제탑. 이곳에 자리한 환경 모니터링팀은 270만평 공장 부지를 24시간 꼼꼼히 감시하고 있다. 포스코의 녹색 전환(그린 트랜스포메이션)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이다.

거센 바람 탓에 실내가 크게 흔들려 현기증을 느낄 정도였지만, 모니터링팀에겐 오히려 익숙한 듯 했다. 이들은 육안 감시는 물론 47개 굴뚝을 포함해 외부공간(4곳)과 배수구(3곳) 등 총 60여 곳에 설치된 측정장치가 보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동시에 이를 경북도청과 영남권 환경관리공단으로 보내 외부 감시가 가능토록 했다. 포스코의 환경오염물질 배출량(농도 기준)은 대기환경보존법상 기준치의 20~30% 수준. 까다롭기로 소문 난 국내법 상한치보다 배출 농도를 대폭 낮춘 것은 녹색이 결국 미래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 지속가능 성장 위해 녹색 전환

포스코의 본격적인 녹색 전환이 시작된 것은 1996년.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선 설비와 생산 공정의 녹색화가 필수라는 판단 아래 과감하게 녹색 투자를 늘렸다. 2004년엔 녹색 경영 등을 포괄하는 '지속가능방침'도 만들었다.

당시 이구택 회장은 "돈을 벌 때 환경에 투자해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며 선제적인 환경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968년 포스코 창립때부터 2007년까지 총 환경투자 규모는 3조4,468억원으로 전체 설비투자의 8.9%에 이른다.

특히 2007년 12월 가루 형태의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기 전에 단단한 돌멩이 형태로 구워내는 소결로(燒結爐) 공장에 1,760억원을 들여 청정설비를 완공한 것은 대표적인 녹색 전환 사례로 꼽힌다. 덕분에 포스코는 제철소 환경오염의 주범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전보다 80%나 줄였다.

소결로(철광석 전 처리 공정)와 함께 석탄을 굽는 과정인 코크스 공장의 공해 배출도 기준치보다 크게 낮아졌다. 장영도 포스코 환경기획팀장은 "녹색 트랜스포메이션이 당장 수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제품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녹색 제품, 그린 파트너십까지

포스코의 녹색 전환은 이제 쇳물 생산 과정에서 오염 물질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녹색 제품'을 만들어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까지 줄여주는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강판이다. 자동차가 무거울수록 같은 거리를 달리더라도 기름을 많이 먹을 수밖에 없고, 결국 더 많은 이산화탄소와 황산화물 등을 쏟아낸다. 포스코는 기존 철판에 비해 강도가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무게는 가벼운 고장력 강판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 환경에너지실에 따르면 연간 1만1,600㎞ 주행하는 자동차를 10년 탈 경우 8톤 규모의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가 있다. 승용차(1톤 기준) 무게가 100㎏ 줄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 가량 줄어드는 셈이다.

'그린 파트너십'을 통해 친환경 노하우를 중소기업들에게 무료 전수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경남 진주의 진주특종제지는 포스코의 '요소 투입법 기술'을 적용,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40%나 줄였다. 대구에 있는 중소기업 프라임테크는 냉각수 재활용으로 연 9,700만원을 절약하고 있다.

문제는 아직까지 법 규제를 받지 않은 온실가스다. 산화철(철광석)을 쇳물로 환원시키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석탄 사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철강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탄소 배출량은 정비례하는 까닭이다.

때문에 포스코는 공장에서 나오는 부생가스 활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부생가스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면 외부에서 들여오는 전력을 줄일 수 있어서다. 포스코는 현재 전력 사용량의 76%를 자체 발생 가스로 충당하며, 나머지 24%를 외부에서 공급받고 있다.

■ 녹색 투자로 일자리 창출

포스코는 기업 내부의 온실가스 감축은 물론, 사회 전체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포스코는 2003년부터 연료전지 사업을 신성장동력의 하나로 적극 추진, 2012년까지 1,7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포항 영일만 배후산업단지에 세게 최대 규모의 발전용 연로전지 생산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김영주 철강협회 환경기술팀장은 "국내 환경오염 관련 기준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더 엄격한데도, 이 기준보다 낮은 농도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라며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에너지 효율은 일본보다도 5% 가량 높아 최고의 '에코 스틸'(녹색 철강)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다"고 설명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굴뚝산업 이미지 탓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미 '에코 스틸' 산업으로 빠르게 변화하며 다른 산업들의 녹색 전환까지 선도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산업화가 쇳물을 만드는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비롯된 것처럼 '저탄소 녹색 성장' 시대, 주력 산업의 녹색 전환도 이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 파이넥스 공법/ 오염물질 배출량 용광로의 10%

"온실가스 규제가 본격화하면 파이넥스 설비의 우수성이 확실하게 입증될 것이다. 이미 프랑스에서 이산화탄소 분리저장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가 2007년 5월부터 연산 150만톤(자동차 150만대 생산규모) 규모의 상용화 가동을 시작한 파이넥스 설비. 전통적인 쇳물 생산 설비인 용광로 방식보다 최대 생산능력 면에서 다소 뒤쳐지지만, 환경 친화적인 면에서는 용광로를 휠씬 앞선다는 평가다.

파이넥스 공법은 용광로 방식과 달리, 쇳물 원료(철광석ㆍ석탄)를 덩어리 형태로 뭉쳐 굽는 전(前)처리 과정을 하지 않는다. 즉, 소결(철광석)과 코크스(석탄)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해물질(황산화물ㆍ질산화물)이 거의 없다.

이후근 파이넥스 연구개발반장(상무)은 "파이넥스 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사용해 쇳물을 뽑아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제철소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굴뚝 오염 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용광로의 10% 안팎이다.

고로 공법이 1톤의 쇳물을 뽑아내기 위해 1톤(100%)의 석탄이 필요하다면, 파이넥스는 0.95톤(95%)만 있으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감소했다.

파이넥스의 가장 획기적인 특징은 쇳물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따로 분리 저장할 수 있다는 것. 고로 굴뚝에서 나오는 가스에서는 질소산화물이 절반 이상이라 이산화탄소를 따라 분리하기 어렵지만, 산소를 이용한 파이넥스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하기가 휠씬 수월하다.

이 상무는 "앞으로 탄소 규제가 강화될수록 파이넥스 설비는 더 호평을 받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항=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