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은 3일 국회 로텐더홀에 경위와 방호원을 투입해 민주당의 점거 농성 해제에 나섰다. 12월 29일 질서유지권을 발동한 지 5일 만이다. 김 의장이 뒤늦게 행동에 나선 것은 직권상정이란 최악의 상황을 피해 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날 ‘로텐더홀 소개 작전’은 김 의장의 지시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2일 국회 직원들과의 신년인사회에서 “로텐더홀은 모든 국민이 지켜 보는 공공장소이므로 질서회복 차원에서 정리하라”고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에게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여야 원내대표 회담이 예정돼 있는 등 타협의 분위기가 보이자 집행을 하루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협상 보류를 선언한 채 장기전 태세로 접어들면서 김 의장은 박 사무총장에게 “이날 중 로텐더홀의 질서를 회복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임시국회가 끝나는 8일까지 실질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김 의장의 입장 변화는 전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김 의장에게 이는 외통수였다. 한나라당은 의원총회에서 질서회복 및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고, 일부 의원은 “김 의장 불신임을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본회의장 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로텐더홀에 대해서는 정리해야 했다. 이 정도로라도 한나라당을 무마하지 않을 경우 직권상정 요구를 들어 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김 의장이 4일 로텐더홀에 대한 질서유지권 확보 조치가 직권상정을 위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김 의장 측은 “야당에서는 직권상정을 위한 수순이라고 하지만 (여야 합의 없는 직권상정은 하지 않겠다는) 소신과 신념은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의장은 앞으로 여야의 대화 움직임을 보고 강온을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 측은 “대화가 어떻게 되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대화를 최대한 이끄는 것이 우선이고, 그래도 진척이 없으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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