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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말할 자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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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말할 자격 없다

입력
2009.01.16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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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 민족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어가 디아스포라와 홀로코스트다. 한 곳에 편히 정착하지 못한 채 늘 이방인으로, 떠돌이로 살다가 극우 인종주의에 의해 민족이 말살될 뻔했던 그들의 고달픈 역사를 살펴보면 이 두 단어가 왜 유대 민족의 아픔을 집약하는지 알 수 있다.

두 단어 가운데 디아스포라는 분산, 이산 혹은 흩어진 사람들을 뜻하는 그리스어인데 특별히 가나안 땅을 떠나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을 의미하기도 한다. 2000년 전 로마제국에 의해 가나안에서 쫓겨난 유대인은,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았다는 이유로 특히 유럽의 기독교인들로부터 멸시를 받았다.

자기네 땅에 정착하지 못하도록 유대인의 토지 소유를 금지했고 직업도 갖지 못하게 했다. 유대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독교가 천시하는 돈놀이밖에 없었다. 어렵게 유대인이 정착해도 중세 유럽 국가는 툭하면 그들을 쫓아냈다. 디아스포라 유대 민족은 마음 편히 등 붙일 곳이 절실했지만 누구도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19세기말, 20세기초가 되면서 유대인은 드디어 제 나라를 세우려고 한다. 당시 중동을 장악하고 있던 유럽 열강을 상대로 우는 소리도 하고 아부도 하고 돈도 대며 옛 가나안 땅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려 했다. 유럽 열강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태도를 바꿔 유대인의 꿈도 조금씩 가까워지다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런 유대인이 결정적 위기를 맞는데 그것이 바로 홀로코스트다. 살인적인 인플레와 경제위기에 직면한 독일은 나치가 정권을 잡자 마자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나치는 인종우월주의를 조장하며 유대인 소유 기업을 망하게 하고 유대인을 공공기관과 대학 등에서 쫓아내더니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그들을 모두 없애기로 한다. 유대인은 집시, 동성애자, 공산주의자, 장애인 등과 함께 수용소로 보내져 집단적으로 학살된다. 그 때 죽은 유대인이 600만명 가까이 된다고 하니 세상에 다시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유대 민족이 겪은 이런 가슴 아픈 일을 지금 유대 국가 이스라엘이 자행하고 있다. 하마스를 궤멸하겠다며 전투기와 탱크로 가자 지구를 생지옥으로 만들었다. 전쟁에 나섰을 때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겠지만,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1,000명이 희생된 것을 보면 그 어떤 이유도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붓는 이스라엘을 보면, 이들이 가슴 아픈 과거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유대인이 과거 핍박을 받았던 중요한 이유는 자신들이 선택 받은 민족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그들의 눈으로 보자면 선택 받은 유대 민족과, 그렇지 못한 민족은 분명 다른 존재다. 유대 민족의 선민의식은 다른 민족에 대한 그들의 모든 행위를 옳다고 믿게 만든다. 세상의 보편적 가치에 눈감게 한다.

팔레스타인으로 밀고 들어간 것은 잃어버린 내 땅을 찾으려는 정당한 행위이며 아랍국가와 한 싸움도 시온의 땅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행위다. 그들은 지금 가자 지구에 폭탄을 투하하고 탱크를 쏘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람을 동등하게 보지 못한 그 차별적 논리를 나치가 이용해 유대 민족을 말살하려 한 것은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미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는 "이스라엘의 공격은 홀로코스트"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전쟁의 다른 당사자가 한 말이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지적이다. 이스라엘은 자기들에게 그토록 고통을 안겨준 나치와는 달라야 할 것 아닌가

박광희 국제부장 직대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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