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주식으로 돈이나 버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회사주식으로 돈 벌 욕심 없어요."
이동호 대우자동차판매 사장은 350억원대에 달하는 보유 주식을 사주조합에 무상으로 내놓은 배경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이 사장은 15일 오후 부평 본사에서 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안병규 우리사주조합장에게 개인 보유주식 전량을 전달했다. 자신이 보유한 주식 91만6,032주(지분율 3.1%, 최종 취득가액 기준 350억 상당) 전량이었다.
이 사장의 보유주식 전량 출연에 따라 대우차판매의 최대주주인 사주조합의 지분은 244만1,015주(8.25%)에서 335만7,047주(11.35%)로 늘어났다. 임직원들은 이제 1인당 보유주식이 현재보다 40%(1인당 약 610주)나 늘었다.
이 사장은 이번 출연으로 '주요 주주'에서 단 1주도 없는 전문경영인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그는 이날 전달식에서 직원들에게 "매우 어려운 시기에 직원들과 한 몸이 돼 회사를 살리고자 주식을 내놓게 됐다"며 "회사가 좋아지면 내 월급 많이 올려주라"며 농담을 건네는 여유를 보였다.
일각에선 "재임 중 자사주 취득을 통해 100억원대에 이르는 차익을 거뒀다는 비판이 따가웠던 것 아니냐"는 고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주식 전량을 내놓는 것이 어디 쉬운 결정인가. 한 회사간부는 "누가 뭐래도 이 사장은 보유 주식을 무상으로 직원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최고경영자로서 회사가 어려울 때 고통 분담을 함께 나누는 책임경영의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사장은 이번에 무상 출연을 통해 재산을 모두 잃었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얻었다. 바로 직원들의 신뢰. 1년 전만해도 4만6,000원에 육박했던 대우차판매의 주가는 현재 6,390원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직원들로서는 주가 하락폭 만큼이나 사기가 떨어진 상태다. 이 사장은 직원들의 사기 진작이 필요했고, 결국 보유 주식 무상 출연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던 것이다.
이 사장은 "건설업 유동성 때문에 직원들이 힘들어 했다"며 "직원들이 먼저 복리후생을 줄이고 개인대출을 받아 돈을 모아 조합 주식을 늘리는 등 노력을 하는데 CEO로서 뭔가 희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 어려울때 빛 발하는 믿음… 그들에게 '위기'란 없었다
대우자동차판매는 독특한 역사를 가진 회사다. 이동호 사장이 주식전량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우선 옛 대우그룹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독자 생존한 회사다. 그것도 종업원 지주회사 방식으로. 1993년 대우차에서 판매부문을 분리, 대우그룹 임직원 3만1,400여명이 주주로 참여해 설립됐고, 그룹 해체에 따라 2000년 4월15일 대우계열에서 독립했다.
대우차판매는 김우중 전 회장의 비서출신이자 양아들로 불리는 이 사장을 중심으로 뭉치면서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이후 자동차 판매 외에 건설업 까지 진출하며 현재 우리캐피탈, AM모터스, 코래드 등 계열사 14여개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이 사장은 김우중 전 회장을 연상케하는 추진력을 보여줬다. 그로 인해 '김우중 전 회장이 대우차판매를 통해 대우그룹의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까지 했다.
하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건설업의 무리한 확장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지난해 말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종업원지주회사답게 직원들이 발벗고 나섰다.
최근 대우차판매 주가가 하락하면서 지분 매입대금 마련을 위해 이 사장이 빌린 돈에 대한 금융권의 상환 압박이 심해지자, 이 회사 임직원 20여명이 계열 금융기관인 우리캐피탈으로부터 1인당 2억원 안팎씩 신용대출을 받아 이 사장에게 빌려주기도 했다. 이 사장은 당시 50억원에 이르는 이 대여액을 개인적으로 돈을 빌려 임직원들에게 다시 갚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말 대우차판매 임직원들은 회사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자 개인당 수십만~수천만원까지 모금해 70억원을 사측에 빌려줬다. 이 모금에는 임직원 93%가 참여했다. 임직원들은 회사를 살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 총액의 2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자구노력 추진을 결의하기도 했다.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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