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부유층 사회에서 결성된 소위 '귀족계'가 경기 불황으로 최근 잇따라 파산하면서, 귀족계를 주도했던 계주의 재력이 실제로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해 구제를 위해 경찰이 재산목록을 점검한 결과, 빌딩과 대형 음식점을 소유한 수 백억원대 자산가로 알려진 계주들이 무일푼이거나 재산의 상당 부분을 다른 사람 명의로 이전한 사실이 확인됐다.
대표 사례는 귀족계 파산 사례로 처음 알려진 2,200억원 규모의 '다복회'. 지난해 11월 계주 윤모(52ㆍ여)에 이어 2일 공동계주 박모(52)씨가 구속됐지만,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압류할 수 있는 이들의 재산은 전무한 상태다.
당초 계원들은 강남 요지에 대형 식당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윤씨 재산을 100억원대로 추정, 피해 금액의 일부는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강남 도곡동 대형 식당은 윤씨 아들 명의로 운영되어 왔으며 이마저도 지난해 12월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됐다. 또 윤씨가 살던 20억원대 서초동 아파트와 30억원이 넘는 강원 평창군의 토지도 이미 타인에게 명의가 이전된 상태다.
공동 계주 박씨도 마찬가지. 박씨 소유 자산은 거의 없고, 그나마 그의 명의로 돼 있는 서초동 10억원대 아파트도 은행에 담보로 제공된 뒤 대출 한도까지 빌려 쓴 상태다.
다복회 소액 피해자 148명의 소송을 맡고 있는 임윤태 변호사는 "계주들이 재산을 처분했거나, 미리 다른 사람 명의로 해 놓은 것으로 봐 다복회 파산은 치밀하게 준비한 사기극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복회에 2억여원을 넣었다가 피해를 본 김모(여)씨는 "계주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믿었다가 완전히 당했다"고 한탄했다.
귀족계가 사실상 무일푼 계주의 사기조직에 불과한 상황은 최근 파산 지경에 몰린 비슷한 모임에서도 확인된다. 다복회 계원이 상당수 중복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 H계와 M계의 경우 계원들이 재산 압류절차를 밟으면서 계주가 서류상으로는 무일푼에 가깝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H계 계원 박모(여)씨는 "계주 소유로 알았던 강남구 신사동의 10억원대 상가가 오래 전에 딸 소유로 명의가 이전된 것을 확인했다"며 "납입한 곗돈의 일부라도 돌려 받을 수 있을 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송태희 기자 bigsmil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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