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 앞에서 노래 부르기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타고난 박자치, 음정치도 있다. 하지만 노래방에 가면 예외가 없다. 누구든 불러야 한다. 그것이 사회생활의 무서운 법칙이다. 혹자는 노래방 갈 때마다 집단의 폭력성을 느낄 만큼 감당하기 힘든 괴로움을 맛볼 수도 있을 테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누구에게나 망가질 수 있는-스트레스를 확 풀어버릴-기회가 주어지는 평등한 놀이시간이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한 장면이 곧잘 발생한다. 그토록 "노래 해!"라고 강요하던 사람들이, 그가 막상 노래를 시작하면, 지역방송을 틀어버리는 것이다. 억지로 노래 부르던 사람은 무안해지고 만다. 그래서 일단 노래를 시작하면 누구의 얼굴도 쳐다봐서는 안 된다.
특히 노래를 못 한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사람은 그저 소신껏, 다른 사람 눈치 안 보고 불러버려야,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무조건 노래하기라는 임무를 완수하는 한편 스트레스 해소라는 개인적 이득도 얻는 것이다. 각기 애창곡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이 부대껴 온 인생과 사랑과 열정과 회한을 함축하는 것 같은 노래. 노래하기 싫은데 억지로 일어났으나, 이왕 부르게 된 이상, 남들이 지방방송을 틀든 말든, 자신의 애창곡을 최선을 다하여 부르는 것, 그것이 일상인지도 모른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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