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MSD는 의사들의 성향을 분석해서 4개 그룹으로 관리를 해왔다. 영향력이 크고 판촉에 가장 민감한 '1그룹'으로 분류된 의사들에게는 소속 학회에 기부금을 내고 자사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2. 또 다른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오츠카제약은 2004~2006년 자사의 항정신질환 약품인 '아빌리파이' 월 처방액이 300만원이 넘는 의사를 대상으로 일본에서 10여차례 '아빌리파이 아카데미'를 개최했다. 명칭과는 달리 관광이 주 목적. 여기에 쏟아 부은 돈만 2억원이 넘었다.
제약회사들의 고질적인 병원 리베이트 관행이 또 다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래도 좀 다르겠지"라고 여겨졌던 다국적 제약사까지 무더기로 포함됐다. 이번에 적발된 2,00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이 떠안아야 할 몫일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한국MSD, 한국화이자제약, 한국릴리, 한국오츠카제약 등 5개 다국적 제약사와 대웅제약, 제일약품 등 국내 2개 제약사에게 거래 병원과 의사들에게 2,000억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공정거래법 위반)로 시정명령과 함께 총 204억8,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리베이트 백태
병원 비품은 대부분 제약회사에서 지원해주는 것들이라고 보면 됐다. 의료기기나 진열대 청소기 조제봉투(대웅제약) 등은 물론이고 노트북컴퓨터 프로젝터 TV DVD플레이어 냉장고 가구 침대(한국릴리) 같은 가전제품이나 가구까지 제공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GSK는 병원이 채용하고 있는 연구원의 급여까지 지원했다.
학회나 심포지엄을 지원하거나 고문 및 자문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대표적인 리베이트 방식. 주요 핵심 의사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서 해외 학회 참여시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제공하거나(대웅제약), 고문이나 자문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의사에게도 계약금을 선지급하는(GSK) 경우도 허다했다. 한국MSD는 모든 영업과 마케팅부서에서 연간 수백회에 걸쳐 의사 초청 강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골프나 관광, 식사접대 관행도 여전했다. 제일약품은 6개월간 처방액의 15%에 해당하는 여행패키지 상품을 제공했고, 아예 의사들의 회식비 지급을 위해 아예 신용카드를 빌려주고 의사들의 부부동한 야유회까지 지원했다.
고질적 관행 없어질까
잇단 제재에도 불구하고 제약회사의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의약품의 특이한 경쟁 구조에 있다. 다른 상품과 달리 제품의 최종선택권이 소비자(환자)가 아닌 처방 의사에게 달려있기 때문.
공정위는 제약회사 리베이트 규모가 연간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제약산업 매출액(20006년 10조5,400억원)의 20% 가량이 리베이트로 사용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 이런 리베이트 제공은 의약품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면서, 의약품 선택권도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 비용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2007년 조사에서는 현금 지원이나 골프 접대 등의 직접적인 리베이트 행위가 다수였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제품설명회나 세미나 등 판촉 과정에서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의약품 유통질서가 투명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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