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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 할 말은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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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바마, 할 말은 해야

입력
2009.01.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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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 대외정책의 핵심 의제 중 하나는 중동 문제이다. 선거 중에는 물론, 대선 승리 이후에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포함한 중동평화협상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다. "취임 후 아랍권의 수도에서 획기적인 연설을 하겠다"고 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친이스라엘 정책에 신물을 내던 이슬람권의 기대도 한 몸에 받고 있다.

침묵만 지키는 이-팔 문제

이런 기류에 대한 위기감에서인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하마스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감행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고사작전, 이에 대한 하마스의 산발적인 무력도발, 월등한 화력을 앞세운 이스라엘의 전면 보복으로 치닫는 순서가 이전에 보았던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분쟁이 주목 받는 것은 오바마 정권의 출범을 목전에 두고 일어났다는 점일 것이다.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이후 부시의 백악관이 아닌, 오바마의 정권인수팀이 있는 시카고로 이목이 집중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오바마의 반응은 실망스럽다. 사건 초기 브룩 앤더슨 국가안보담담 대변인이 "사건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한 것이 오바마측이 내놓은 논평의 전부다. 앤더슨은 "현재 미국 대통령은 한 사람"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낯설지 않은 표현이다. 지난해 11월 금융정상회의에서 오바마의 회의 참석 여부가 논란이 됐을 때 처음 나왔고, 이후 '빅3' 구제법안 등 현안이 대두될 때 오바마 측은 '미국 대통령은 하나'라는 말로 모습을 감췄다. 취임 전까지는 부시가 미국의 대통령이고, 따라서 대통령도 되기 전 '이래라 저래라' 한다면 오히려 더 비판 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편의적이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오바마는 한 달 전 인도 뭄바이 테러사건 때 테러공격을 강력히 비난하는 성명을 냈다. 이번 사건이 인도 테러만큼 선악이 분명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인 복선을 고려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미국 대통령은 하나'라는 논리로 인도 테러 때와 다른 자세를 보인 것은 어색하다. 한 쪽을 편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팔 문제가 수십년 동안 계속된 중동 불안의 뇌관이었다는 점에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는 것 역시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바마의 중동정책이 기대와 다를 수 있다는 우려를 갖게 하는 또 하나는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지명한 것이다. 힐러리는 2000년 상원의원에 첫 도전장을 내민 이후 줄곧 이스라엘 문제에서는 매파 입장을 보여왔다. 지역구인 뉴욕주에 유대인 유권자가 많은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다.

오바마와의 경선에서도 "이란이 이스라엘에 핵공격을 가하면 이란을 없애버릴 것"이라고 해 논란을 빚었다. 국무장관 지명과정에서 오바마로부터 국무부 장악력을 보장 받은 것을 생각하면 힐러리가 이-팔 문제에서 얼마나 객관적일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는 힐러리가 "중재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힐러리의 국무부도 변수

이스라엘은 다음달 10일 총선을 치른다. 극우 매파인 벤야민 네탄야후 전 총리가 다시 권좌에 오른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역대 미국 대통령처럼 이스라엘의 국내정치 상황을 이-팔 문제 해법의 한 고리로 생각한다면 큰 잘못이다. 오바마는 '누가 잘못했다'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대규모 민간인의 희생을 동반하는 무력도발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보냈어야 했다.

황유석 워싱턴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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