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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쌍용차

입력
2009.01.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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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은 자동차 마니아였다. 미국 유학 시절엔 카레이싱 스쿨을 이수할 정도로 스피드를 즐겼다. 자기집 차고에 있는 차는 직접 손에 기름을 직접 묻혀가며 정비하곤 했다. 주행 중에 운전기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결함을 지적할 만큼 기계공학에도 해박했다. 김 전 회장은 한국에서 불모지나 다름없던 4륜구동 레저형 차량(RV)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6년 구형 코란도를 생산하던 신진자동차를 인수해 튼튼한 차의 대명사인 신형 코란도와 무쏘 등을 잇따라 내놓았기 때문이다.

▦신진자동차가 생산했던 코란도는 철공소에서 만든 것처럼 디자인이 투박했고, 성능도 떨어졌다. 김 전회장은 경영권 인수 이후 "이런 차를 어떻게 파느냐"며 디자인과 성능을 대폭 개선한 뉴 코란도를 선보였다. 1993년에 독자 개발한 무쏘는 독특한 디자인과 고마력으로 4륜구동차 마니아들로부터 각광받았다. 자동차사업에 자신감을 갖게 된 김 전 회장은 93년 독일 벤츠와 대형 승용차 및 가솔린엔진 기술 제휴를 맺으면서 승용차시장까지 진출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승용차시장에 대한 도전은 쌍용그룹을 공중분해시키고, 자신도 몰락하는 부메랑이 됐다.

▦김 전 회장이 야심작으로 내놓은 대형 승용차 체어맨은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했지만 97년 외환위기 때 출시돼 내수 급감의 직격탄을 맞았다. 주력인 RV차종도 기름을 많이 먹고, 가격도 비싸 판매가 급감했다. 부채는 3조4,000억원으로 급증, 자력 회생이 불가능했다.

벼랑 끝에 몰린 그는 98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쌍용차를 넘기면서 자동차사업을 접었다. 자동차 부채를 떠안은 쌍용양회 등 계열사들은 잇따라 매각됐다. 개인적 취미로 자동차사업에 도전한 김 전회장은 적자를 무릅쓰고 쌍용차를 한국의 RV 간판선수로 키웠지만 무모한 사업 확장으로 재계 무대에서 사라진 것이다.

▦쌍용차는 대우가 해체되면서 2005년 중국 상하이기차에 매각됐지만 다시금 경제위기를 맞아 표류하고 있다. 고유가 후유증으로 RV차종의 수요가 격감하면서 유동성지원이 없으면 금년 초 문을 닫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대주주인 상하이기차는 경영권 인수 후 핵심기술 빼가기에만 집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기술 반출이 지속되면 쌍용차는 빈 껍데기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하이기차가 기술유출 논란을 해소하려면 노조와의 타협을 바탕으로 정상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수천명의 근로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파국만은 피해야 한다.

이의춘 논설위원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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