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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착한 가족' 낸 서하진 "고통·행복 양면성의 가족, 그래도 가치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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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 '착한 가족' 낸 서하진 "고통·행복 양면성의 가족, 그래도 가치있는… "

입력
2009.01.16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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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때는 쓰레기통에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이지만, 그것이 없다면 구심점도 아이덴티티도 사라지겠지요. 엮여 있는 것은 싫지만, 엮여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 아닐까요?"

'그것'은 가족이다. 서하진(49)씨의 새 소설집 <착한 가족> (문학과지성사 발행)을 끌고가는 화두는 '숙명으로서의 가족'이다. 하지만 중년 남녀들의 일탈을 소재로 결혼과 가족제도 이면의 가식성과 권태감을 폭로해왔던 이전의 작품들과는 작가의 관점이 조금 달라졌다.

"결혼과 가족이라는게 더럽고 치사하기도 하지만, 이 살기 힘든 세상에 그나마 위안이 된다"는 서씨의 발언에서는 가족이 비록 '고통과 행복의 진지(陣地)'라는 양가성을 지녔을 망정 그 가치는 위엄 있으며 그것을 지키는 행위는 함부로 희화하거나 조롱할 만한 것이 아니라는 '보수성'까지 엿보인다.

소설집의 문을 여는 첫 작품이 '슬픔이 자라면 무엇이 될까'라는 점은 의미있다. 주인공은 "가족이란 무엇보다 책임"이라는 다짐을 30년 결혼생활 동안 육화시켜 왔으며 남편에게나 시댁에나 싫은 소리 한 마디 않고 살아왔던 순종적인 50대 여성 희숙.

급작스레 난소암 판정을 받은 희숙이 남편, 아들, 시동생, 시누이, 동서의 울부짖음 속에 숨을 거두어가는 과정을 작가는 신파적 분위기가 느껴질 정도로 애잔하게 그려간다.

이와 짝을 이루는 작품은 '모두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주인공은 급작스레 근육종 진단을 받은 중년 한의사 M으로 삶의 태도가 희숙과 정반대이다.

분식가게를 하는 가난한 집의 큰 아들로 자수성가한 그는 환자들에게도 아내에게도 무심하고, 부유한 사업가인 장인의 회사 경영 참가 권유도 남 일 보듯 하는 인물. 그러나 수술 후 회복실에 누운 M은 가족들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그들 모두와 연결된 자신, 그 사실을 확인하는 일이 고통스러웠다.

아직은 그들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사실이 행복했으며 행복했다는 느낌이 새로운 고통에 빠뜨렸다"며 결국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을 자신의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여러 대학에 출강하고 있는 서씨는 요즘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많은 소설들을 읽으면서 겸허해진다고 했다. "소설이 재미있고 없고를 떠나서 모두들 힘들고 열심히 살아가는구나. 그이들의 모습이 그 안에 있더라구요. 사는 건 너무나 엄숙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그의 고백은 어쩌면 이번 소설집에서 각별해진 주인공들에 대한 연민과 애틋함의 알리바이인지도 모른다.

가령 바람난 아버지의 해외 애정행각을 미행하는 딸이 등장하는 '아빠의 사생활'에서 화자인 딸은, 젊은 연인 앞에서 눈꼬리를 치며 웃고 아이처럼 아이스크림을 핥아먹는 아빠의 모습에서 "그런 아빠가 싫지만, 이건 뭘까, 나는 아빠가 좀 가여워진다. 이상한 일이다"라고 토로한다.

억압적이고 속물적인 가부장에 대한 환멸감이 아버지 상의 주조를 이뤘던 이전 서씨 소설들과는 그 양태가 분명히 달라진 것.

등단 16년차, 여섯번째 소설집을 상재했지만 서씨는 여전히 '소설 쓰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붙들고 씨름을 하고 있다. 이번 소설집에도 본명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 소설가가 등장하는 '인터뷰', 재테크에 능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주인공인 '너는 누구인가' 등에서 작가는 소설을 쓰는 자로서 정체성 찾기를 시도한다.

"등단 무렵에는 남이 뭐라 하건 말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소설을 쓰자는 마음이었는데, 좀 지나니 '대작 한 번 남겨보자'는 욕심이 생기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은 그것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적어도 책값 1만원만큼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소설을 쓰자는 생각이에요. 철이 좀 들었나봐요. 호호호."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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