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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불황 직격탄'/ "회사 어렵다며 우리만 잘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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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불황 직격탄'/ "회사 어렵다며 우리만 잘랐어요"

입력
2009.01.16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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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안산외국인통역지원센터. 최근 일자리를 잃어 구직 상담을 할 왔다는 인도네시아인 와완(23ㆍ가명), 스키노(27ㆍ가명)씨는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2007년 5월 입국해 반월공단의 자동차부품 업체에서 일했던 이들은 지난 2일 해고 통보를 받았다. 와완씨는 "회사가 경기침체로 어렵다며 외국인 근로자 4명만 해고했다"고 말했다.

2007년 3월 3년 취업비자를 받아 입국한 스리랑카인 고마르(29)씨는 현재 불법체류자다. 네 번째로 다녔던 충북 진천의 화학품 제조회사가 지난해 12월 부도 났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횟수 제한(3회)에 걸려 귀국해야 할 처지였지만, 불법체류를 택했다. 그는 "한국에 오느라 800만원을 써 그냥 돌아갈 수 없다. 봄이 되면 아르바이트라도 해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경기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감원 바람에 가장 먼저 희생되거나 외국인 고용이 많은 중소 업체의 휴ㆍ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절대 부족할 뿐 아니라, 취업 횟수 제한 등에 걸려 어려움이 많다. 경기침체가 지속될 경우 불법체류자가 속출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안산외국인통역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에는 221∼273건이던 취업 상담 건수가 12월 648건으로 폭증했으며, 올 들어서도 11일까지 329건에 달했다. 황유진 팀장은 "작년 11월 이전에는 근로계약이 끝나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기려는 경우가 많았는데, 12월부터는 대부분이 구직 문의"라며 "그만큼 실직한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실제 안산 반월공단의 한 자동차부품 회사가 자동차제조 대기업의 감산 여파로 지난달 말 휴업하면서 이 곳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 40여명이 모두 실직했다. 노동부 안산종합고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안산ㆍ시흥 지역의 608개 업체가 휴업했다. 월 평균 20여곳이던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무려 30배나 늘었다. 올 들어서도 14일 현재 204개 업체가 휴업을 단행했다.

이런 상황에서 체류기간 3년에 사업장 변경 3회, 구직기간 2개월로 제한된 고용허가제 규정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실직 후 2개월 안에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하거나 네 번째 직장이 부도날 경우 비자기간이 남아 있어도 출국해야 한다. 이 때문에 부당한 근로조건을 감내하는 일이 허다하고, 제한에 걸리면 불법체류자로 남겠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불법체류를 택하는 것은 대부분 이들이 한국으로 오기 위해 치렀던 막대한 규모의 비용 때문이다. 이주근로자노동자조합 등이 지난해 발표한 '2008년 고용허가제 실태보고'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에 입국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스리랑카의 경우 미화 9,500달러(1,300여만원), 9개국 평균 3,136달러(430여만원)에 달했다.

한국외국인근로자인권센터 관계자는 "대부분 빚을 지고 오기 때문에 최소 2년 이상은 일해야 겨우 본전을 찾는 상황인데 불과 몇 개월 만에 돌아갈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불법체류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센터 등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가 "고용허가제가 구조적으로 불법체류자를 양산한다"며 낸 행정소송이 10여건에 이른다. 몽골 출신의 개랭(27ㆍ여ㆍ가명)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임금체불이나 폐업 등으로 회사를 세 차례 옮겼는데, 네 번째 회사마저 2007년 11월 문을 닫았다. 비자가 1년 이상 남아있던 때였다. 불법체류를 택했던 그는 소송을 내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해성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대표는 "현재 상황은 경제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구조적으로도 불법체류자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실직 외국인 근로자가 속출할 경우 프랑스, 그리스 등에서와 같은 인종폭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창모 안산시 외국인주민센터 소장은 "회사 폐업 등 근로자의 잘못이 아닌 사유로 회사를 옮긴 경우까지 사업자 변경 횟수 제한을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구직 기간도 한시적으로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등 탄력적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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