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작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30조원이 넘는 매출에 4조원 이상의 순익을 냈다.
그런데 이 같은 실적이 공개된 15일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최고 성과를 낸 CEO가 중도 하차라니. 경영자란 모름지기 성과로 평가 받는 법인데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은 ‘외압설’외엔 달리 해석할 방법이 없다. 참여정부 때 임명됐던 이 회장인 만큼 결국은 옷을 벗게 될 것이란 관측은 이 정부 출범 초부터 흘러나왔던 얘기. 실제로 이 회장에 대한 범 여권의 유무형 압력은 꽤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포스코가 공기업이었다면, 백번 양보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치자. 하지만 포스코는 100% 민간 기업이다. 정부는 단 1주의 주식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여전히 포스코를 공기업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기야 포스코만 그런 것도 아니다. 똑같이 완전 민영화된 KT사장에 현 정부와 가까운 이석채씨가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현 정부는 출범할 때부터 시장경제원리를 얘기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친화)’를 강조했고 작은 정부를 약속했다. 공기업 민영화 계획도 쏟아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기업의 CEO, 더구나 최고 경영성과를 낸 CEO를 낙마시키는 것이 과연 시장친화적 정부가 할 일인지. 정부지분이 전혀 없는 순수민간기업 CEO의 옷을 벗기는 것이 공기업 민영화를 추구하는 정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인지.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이번 일로 우리나라 시장경제의 시계바늘은 뒤로 돌아가게 됐다. 수많은 외국인 투자자들, 그리고 포스코가 뒤숭숭하기만을 바라는 외국경쟁사들이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지, 생각만해도 우울해진다.
경제부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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