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천문의 해'이다. 올해로부터 꼭 40년 전인 1969년 인류는 처음으로 지구 밖 천체인 달에 발을 디뎠다. 오래도록 완전한 정적 상태로 알려졌던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충격적 사실이 밝혀진 지도 2009년으로 80년이 된다.
갈릴레오는 400년 전인 1609년에 망원경을 발명, 정밀 관측에 토대를 둔 근대 천문학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대의 한국천문연구원으로 이어지는 천문기관인 서운관이 올해로 설립 700주년이 된다.
천문학적 진보와 함께 인류는 우주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달아왔다. 그리고 수백억년에 걸친 우주의 운명을 생각하게 됐다. 한국일보는 세계 천문의 해 한국조직위원회와 공동 기획으로 인간의 천문학적 상상력을 엿보는 특집을 마련한다. 다시 하늘을 올려다보자. 그리고 드넓은 인식의 지평,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즐겨보자.
1929년 미국 천문학자 허블은 먼 우주의 천체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커진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표했다. 이는 우주가 팽창한다는 첫 관측 증거이자 빅뱅을 뒷받침하는 사실로 꼽힌다. 우주가 완전한 정적 상태가 아니라 팽창하고 진화한다는 사실은 인류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이 사실은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1889~1953)이 처음으로 발견했다.
하늘을 찍은 사진에는 은하들이 보인다. 옛날에는 사진에서 이 은하들이 작고 뿌연 구름처럼 보여 성운(星雲ㆍ가스와 먼지 등으로 이루어진 성간물질)이라고 불렀으나 실제 은하는 약 1,000억 개의 별로 이루어진 거대한 항성계이다.
20세기 초 미국 아리조나주의 천문학자 베스토 M 슬라이퍼는 여러 해 동안 적색이동(빛 스펙트럼이 붉은 파장 쪽으로 몰리는 현상)를 이용해 은하들이 멀어지는 속도를 측정하였다.
한편 캘리포니아주 윌슨산천문대에 근무하던 허블은 이 은하들 일부의 거리를 측정했다. 당시 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고 세계 최초의 시도였다. 그 결과 허블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커진다는 허블의 법칙을 발견했는데, 이것이 바로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흔히 허블의 공로로 알고 있는 은하의 적색이동 발견은 슬라이퍼가 수년간 관측해 얻은 것이지만, 이를 자신의 거리측정치와 결합시켜 최종적으로 허블 법칙이라고 하는 중요한 결과를 끌어낸 것은 허블이었고 오늘날에는 그의 이름만 알려져 있다. 모든 일에 있어서 마무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 허블, 아인슈타인을 다운시키다
지금은 상식이 되었지만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가장 충격을 받은 사람은 알버트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1915년 발표한 일반상대성 이론을 이용, 1917년 우주모형을 발표했다. 현대 우주모형의 효시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아인슈타인은 우주가 팽창하거나 수축하지 않는다고 가정했다. 이 가정을 위해 우주상수라는 것을 임의로 상상하여 도입했다. 우주상수는 중력과 반대되는 역할, 즉 물체를 밀어내는 힘을 갖는다. 그런데 허블이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발표하자 아인슈타인은 1930년 자신의 우주모형이 틀렸음을 인정했다.
우주상수는 필요 없으니 철회한다고 하면서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실수라고 발표했다.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이 정말로 중대한 실수를 한 것이다. 역시 아인슈타인은 인간다웠다.
그러나 놀랍게도 우주상수의 미래는 아인슈타인의 뜻대로 바로 사라지지 않았다. 일부 학자들은 필요하다, 일부 학자들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우주상수는 오랫동안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우주가 팽창한다는 결과는 후에 뜨거운 우주대폭발(빅뱅)설의 바탕이 되었다.
허블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것을 발견하기 4년 전 또 다른 위대한 발견을 이루었다. 안드로메다 성운이 우리 은하 안에 있는 작은 성운이 아니라, 우리 은하에서 멀리 떨어진 거대한 은하라는 것을 밝힌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은하수를 포함하는 우리 은하가 우주의 전부라고 알려져 있었다. 허블은 우주가 수많은 섬우주로 이루어진 다도해임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 암흑에너지의 등장과 아인슈타인의 부활
1998년 두 팀의 천문학자들은 또 하나의 놀라운 발견을 발표했다. 우주의 팽창속도가 과거에 비해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이 우주가 가속팽창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를 가속팽창시키는 에너지가 필요한 데 그 정체를 알지 못해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이 암흑에너지는 바로 아인슈타인이 1917년에 도입했다가 1930년에 철회한 우주상수에 해당한다. 우주상수가 부활한 것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주는 암흑에너지 72%, 암흑물질 23%, 그리고 보통물질 5%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어 신비의 대상이다. 현재 수많은 과학자들이 이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우주의 운명
우주는 137억년 전 대폭발로 시작한 직후, 짧은 시간에 급격히 팽창하는 인플레이션을 겪은 다음 서서히 팽창하였다. 현재는 팽창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팽창 속도는 점점 느려지겠지만 우주의 팽창은 영원히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 우주는 점점 차가워지고 어두워져 우리는 존재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수백억 년 후의 먼 훗날에 일어날 일이므로.
■ 유명해지는 법
허블은 1910년 시카고대를 졸업했다. 영국에서 장학금을 받아 법학 공부를 한 후 미국으로 돌아가 켄터키주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다. 여러 가지 운동을 잘했고 특히 권투는 수준급이어서 헤비급 챔피언 도전자로 여겨질 정도였다.
그러던 허블이 자신의 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류가 되든 삼류가 되든 내가 가야 할 길은 천문학이다"라고 생각하며 시카고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박사 학위를 받고 병역을 마친 후 윌슨산천문대에서 천문학자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전 인류사에 남을 위대한 업적을 쌓는다.
1990년에 발사된 최초의 광학우주망원경에는 허블의 이름을 따라 허블우주망원경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며, 이 망원경으로 찍은 아름답고 신비한 천체들의 뛰어난 사진은 전 세계인들이 감상하고 있다. 오늘날 허블이라는 이름은 아인슈타인처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허블이 변호사 생활을 계속했다면 오늘날 그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명균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천문의 해' 어떤 행사 열리나
'2009 세계 천문의 해'(International Year of AstronomyㆍIYA 2009)는 1일 아침 떠오르는 새해 첫 태양과 함께 개막한다. IYA2009 태양물리그룹이 전 세계 31개국에서 펼치는 태양 관측 캠페인의 일환으로 우리나라 부산 해운대에서도 '해오름 행사'가 열린다.
동해 바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20여 대의 천체망원경을 통해 관측하고 실시간 영상을 공식 웹사이트(www.astronomy2009.kr)와 대형 스크린에 공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태양을 보는 행사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각 지역마다 한낮의 태양도 망원경과 웹사이트로 볼 수 있다.
세계 천문의 해 공식 개막식은 15, 16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다.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초청연사들의 강연 등이 열리는데 한국에서 3명의 학자가 참가한다.
35개국 50여명의 천문학자들이 참여하는 천문학자 블로그는 일반 대중들이 천문학자가 된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는 발견은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젝트. 유럽남천문대(ESO), 미 항공우주국(NASA), 일 항공우주국(JAXA) 등에 소속된 천문학자들이 자신의 연구프로젝트와 일상을 '코스믹 다이어리'라는 웹사이트(www.cosmicdiary.org)에 1년 동안 생생히 공개한다.
4월은 가장 많은 지구촌 주민들이 하늘을 쳐다보는 때가 될 것 같다. 초승달이어서 초저녁부터 별을 관측하기 적절한 4월 2~5일 '100시간 천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별을 관측하고, 웹캐스팅으로 천문대를 소개하는 등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별빛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리게 만든 도심의 광(光)공해에 대한 인식을 환기시키기 위한 캠페인 '불을 끄고 별을 켜다'와 연계해 거리 곳곳에서 별을 관측하는 행사가 열린다.
하늘도 천문의 해를 자축하는 이벤트를 벌인다. 7월 22일 개기일식은 21세기 일식 중 가장 오랫동안(6분39초) 지속되는 일식이다. 인도, 방글라데시, 중국을 지나는 좁은 경로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부분일식이다. 그리고 11월 중순 사자자리 유성우는 시간당 최고 500개의 별똥을 뿌릴 것으로 예측된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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