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보석석방→무죄→유죄→법정구속→무죄.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15일 현대차 그룹에서 2억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받아 파란만장한 2년7개월간의 여정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대표적인 '모피아'(재경부를 마피아에 비유한 말) 출신으로 검찰과 재경부 간 자존심 싸움으로까지 번졌던 이 사건에서 핵심 쟁점은 현대차에서 돈을 받아 변 전 국장에게 주었다고 주장한 김동훈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의 진술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원심이 김씨의 여러 진술을 배척하고도 일부 돈을 전달한 부분에서만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한 것은 부당하다"며 징역 5년에 추징금 1억5,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함께 기소된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전 산은캐피탈 대표에게도 무죄를 선고했다.
변 전 국장은 2001~2002년 김씨에게서 "현대차 그룹 계열사인 ㈜위아와 아주금속공업㈜이 한국산업은행 등 채권은행으로부터 채무조정(탕감)을 받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혐의로 2006년 6월 구속 기소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뒤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재기를 노렸지만, 지난해 8월 항소심에서 2억원 중 1억5,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징역 5년이 선고되면서 법정 구속됐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과 함께 변 전 국장을 보석으로 석방해 그의 재기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정고시 19회 동기 중 두각을 나타내며 엘리트 경제관료로 입지를 다졌던 그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선정한 '세계 경제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 15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민간에서 성공하기 위해 사표를 낸 뒤 '해상왕' 장보고의 이름을 따서 국내 1호 사모펀드인 '보고펀드'를 설립해 왕성한 활동을 보였다.
그런 그가 구속되자 재경부 선후배들은 돈을 받았다고 한 날짜의 변 전 국장 일정 등 알리바이를 찾아내는 등 '변양호 구하기'에 나섰다. 당시 검찰은 "재경부 사람들이 금융정책국장의 컴퓨터 하드디스크까지 떼어내 변호사에게 가져다주는 등 집단비호하고 있다"고 불쾌해 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변 전 국장이 법정싸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으로 기소된 사건이 아직 항소심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 사건 또한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검찰이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어 항소심에 더욱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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