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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사우디로 이적, 축구인생 마지막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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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 사우디로 이적, 축구인생 마지막 승부

입력
2009.01.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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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기현(30)이 축구 인생의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설기현은 14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풀럼 FC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로 이적했다. 이적 형식은 6개월 임대 계약 후 완전 이적하는 조건이다. 알 힐랄은 완전 이적을 원했지만 기후와 환경 등이 낯선 사우디아라비아 적응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6개월간의 유예 기간을 두기로 했다는 것이 설기현 측의 설명이다.

2000년 벨기에 주필러리그 안트워프 진출 후 단계적으로 성장하며 '꿈의 리그'라는 EPL에 입성한 설기현은 최근의 침체된 분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설기현은 2007년 풀럼으로 이적한 후 그라운드보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다. 잉글랜드 진출 후 주로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설기현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중앙 공격수로 포지션 전환을 시도했지만 로이 호지슨 감독의 신임을 얻지 못하며 2군을 오갔다.

설기현이 1군 경기에 출전한 것은 지난해 10월5일 웨스트브로미치전 후반 25분 교체 투입된 것이 마지막이고, 10월27일 포츠머스전 이후에는 아예 출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시즌 막판 간신히 강등을 벗어난 풀럼은 14일 현재 EPL 9위를 달리며 선전하고 있다. 풀럼이 나름대로 안정된 전력을 구축했다는 것은 설기현이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더욱 희박해졌다는 뜻이다.

두 시즌 동안 '벤치 생활'이 이어지자 설기현은 당장 출장이 보장되는 알 힐랄으로의 이적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면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

현재 상황이 이어지면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 월드컵 출전의 꿈을 접을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설기현의 이적 결심을 굳히게 한 요인이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늘며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입지가 좁아진 설기현은 지난해 6월 남아공월드컵 3차 예선 이후 한번도 허정무 감독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알 힐랄이 제시한 조건도 설기현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설기현은 풀럼에서 100만파운드(약 19억 5,000만원)의 연봉을 받았는데 알 힐랄은 이 이상의 연봉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세금이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로 최소 50퍼센트 이상의 연봉 상승 효과가 기대되는 셈이다.

설기현은 14일 메디컬테스트를 받은 후 이르면 19일 알 와타니와의 시즌 16차전부터 경기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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