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상납' 등 의혹을 받고 있는 한상률 국세청장에 대해 검찰이 조만간 수사에 착수하기로 해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사건의 실체가 머지 않아 규명될 전망이다.
한 청장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국세청 차장 시절이던 2007년 초 전군표(수감 중) 당시 국세청장에게 인사청탁 대가로 고(故)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시가 2,000만~3,000만원 추정)을 제공했다는 것이 첫번째 의혹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폭로한 이가 다름아닌 전 전 청장의 부인 이모(50)씨라는 점이다. 이씨는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한 청장(당시 차장) 부부는 경쟁관계에 있던 김모 당시 지방국세청장에 대한 일종의 '사퇴 압박 시나리오'를 만들어 갖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7년 4월 실제로 퇴임했고, 한 청장은 같은 해 11월 검찰 수사를 받던 전 전 청장이 사퇴한 뒤 국세청장에 올랐다. 하지만 한 청장은 물론, 전 전 청장마저 이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다. 그림을 본 적도 없다"며 일축하고 있다.
이씨의 폭로 배경도 의문이다. 전 전 청장은 "한 청장이 '2007년 당시 이명박 대선 후보에 대한 국세청의 뒷조사는 전군표 지시로 이뤄진 것'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아내가 흥분해 경거망동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그의 변호인은 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방을 흠집내기 위한 것이라 해도 남편이 연루된 비위사실을 부인이 폭로한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의 주장이 사실로 확정될 경우 남편인 전 전 청장은 수감 중인 상태에서 뇌물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될 수 있다. 전 전 청장이 변호인을 통해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아무튼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전 전 청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부인 이씨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현재 그림을 보유하고 있는 G갤러리 홍모 대표가 "지난해 10월 이씨로부터 판매를 위탁받았다"고 밝힌 것도 이씨 주장을 뒷받침한다. 물론 정확한 진상은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그림은 2005년 7월 <최욱경 회고전> 에서 선보인 이후 지난해 10월 G갤러리에 위탁되기까지 3년여 동안 행방이 묘연했다. 검찰이 그림 위탁자인 이씨를 상대로 그림 취득 경위와 유통경로를 역추적하면 양측의 주장의 진위는 의외로 쉽게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최욱경>
또 하나의 의혹은 지난 연말 한 청장이 포항지역에서 현 정권 주변 인물들과 '골프 모임'을 갖고 조만간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자신의 유임을 위해 로비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한 청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과 친분이 있는 포항지역 기업인들, 한나라당 강석호 의원 등과 골프를 친 뒤 식사를 했으며, 식사 자리에는 이 대통령의 동서인 신모씨도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내용을 조사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한 청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으나, 한 청장은 골프 회동은 인정하면서도 주의 받은 사실은 부인했다. 검찰은 이 모임의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한 청장이 참석한 경위,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 등을 참석자들을 상대로 조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당시 골프모임과 식사 비용을 누가 지불했는지, 추가 금품제공이 있었는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보다 분명해 질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