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을 처음 맡을 때부터 제 목표는 다른 건 못해도 기초만큼은 단단히 다져놓자는 거였어요. 그래서 제가 떠난 뒤 이 오케스트라가 한 계단 올라갔고 넘어질 위험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더 바랄 게 없죠. 연습을 들어보면 전보다 훨씬 잘해요. 더 좋아져야겠지만, 일단 만족스런 출발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성적을 매긴다면 A를 주고 싶어요."
서울시향 예술감독으로 재계약한 지휘자 정명훈씨는 1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단원들에 대한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그는 2006년부터 3년의 첫 임기를 잘 마친데 이어 올해부터 다시 3년간 서울시향을 이끈다.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서울시향에서 일하는 게 집에 다시 돌아온 것처럼 기뻐요. 서울시향 외에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와 도쿄필을 맡고 있고 라 스칼라, 드레스덴 슈타츠 카펠레,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도 자주 지휘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서울시향에 와 있어요."
그는 음악의 힘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음악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뜻에서 서울시향은 올해 정기공연 외에 찾아가는 음악회와 자선 음악회,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그가 지휘하는 18일 서울시향의 유니세프 자선음악회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한 것이다. 유니세프 홍보대사이기도 한 그는 "북한 동포와 우리는 한 형제"라며 "우선 북한 아이들부터 돕는 게 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끄러운 요즘 정치판에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을 들려주면 어떨까 한다는 말도 했다. "지난 연말 서울시향과 이 곡을 했는데, 연주자와 청중 모두의 마음이 한데 모여 이 곡의 메시지인 형제애를 느끼는 특별한 감동이 있었죠. 정치인들 앞에서 이 곡을 연주하면 좋지 않을까요? 서로 싸우지 말라고."
그는 서울시향과 젊은 세대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서울시향 단원들은 아주 젊어요. 젊은 사람들에게 뭐라도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죠. 계약과는 상관없이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그들이 제 도움을 원하는 한 계속 함께 일할 거예요. 또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엘 시스테마'처럼, 누군가 저에게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오케스트라를 시작하자고 하면 지금이라도 할 거예요."
지난해 TV드라마 최고의 화제작인 '베토벤 바이러스' 마지막 회를 봤다고 한 그는 "음악도 괜찮고 지휘하는 모습도 멋있는 게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더군요"라며 "클래식음악은 너무 훌륭해서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세일즈맨'이 필요한데, '베토벤 바이러스'가 그 일을 해줘서 고맙죠"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약속한 서울시향 전용 콘서트홀은 아직 지어지지 않았다. 그는 "사정이 있어서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이해하지만, 그 전에 제대로 된 연습실이라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금의 연습실은 좁아서 '합창' 교향곡처럼 큰 곡을 연주할 때 합창단은 제대로 앉지도 서지도 못한다.
오미환 기자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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