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이 증권, 투자은행(IB), 자산관리 등을 아우르는 종합 금융 서비스 전략을 포기하고 10년 전 씨티코프 당시와 같이 예금과 대출업무에 주력하는 순수 상업은행으로 돌아간다. 파생상품 투자 손실 등에서 빚어진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세계 최대 금융 그룹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13일 미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증권 관련 영업을 담당해온 스미스바니 사업 부문을 분리해 모건스탠리와 합작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스미스바니를 모건 스탠리에 사실상 매각한 것이다.
'모건 스탠리 스미스바니'로 명명된 이 합작 증권사는 모건 스탠리가 51%의 지분을 갖고 경영권을 행사한다. 모건스탠리는 합작사의 나머지 지분도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씨티그룹은 지분 매각 대가로 모건스탠리로부터 27억 달러(약 3,500억원)를 받기로 했다.
증권사업 부문 외에도 씨티그룹의 '몸집 줄이기' 작업은 한층 속도를 낼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씨티그룹이 IB, 헤지펀드 서비스 등을 맡아온 기관고객그룹(ICG)과 글로벌자산관리(GWM) 사업 부문의 일부를 배드뱅크로 분류해 매각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씨티그룹은 소비자 뱅킹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예금 대출 업무에 주력하는 순수 상업은행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AFP통신은 "조직 개편이 완료되면 씨티그룹의 자산 규모는 지금의 3분의 1 수준인 7,300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씨티그룹이 이같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것은 파생상품 투자 손실 등으로 경영난을 겪으면서 미 금융당국으로부터 조직개편 압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주 발표 예정인 씨티그룹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약 142억달러(약 18조원)로 추정된다"며 "미 행정부가 지난해 긴급구제금융프로그램(TARP) 등을 통해 씨티그룹에 520억달러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면서 사업 부문을 줄일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1998년 미국 최대 은행이던 씨티코프와 거대 보험사 트래벌러스그룹의 합병으로 탄생한 씨티그룹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금융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해결해준다"는 '금융 슈퍼마켓' 전략을 채택, 몸집 키우기에 주력 해왔다. 그러나 금융 위기 이후 경영난이 지속되면서 이 회사의 13일 주가는 5.9달러로 2007년 5월의 53달러에 비해 10분의 1로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조만간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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