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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위원장의 가벼운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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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금융위원장의 가벼운 입

입력
2009.01.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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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중견대기업의 개념을 설명하려던 것 뿐이었는데…."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전날 동부와 두산 등 기업 실명을 거론하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그는 "모니터링 대상인 중견대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의 기업을 말하느냐는 질문이 나와서 예컨대 동부, 두산 등 규모의 기업이라고 말한 것인데 마치 이 기업들이 문제가 있는 것인 양 보도가 나왔다"며 기자들을 힐책했다.

전 위원장은 또 "이 기업들이 정말 문제가 있다면 그런 얘기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두산의 경우 최근 소주사업 '처음처럼'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잘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그는 "주채권은행이 기업을 모니터링한 것은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며 금융당국도 대기업 등에 대해 방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자기 잘못을 정말 모르는 걸까. 해명은 길었지만, 단 한 마디가 모자랐다.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 또는 "내 말로 피해를 입은 두 기업에 머리 숙여 사죄한다"는 정도면 "그래도 한번 실수였겠지" 이해할 수 있으련만. 금융당국 수장이 첨예한 사안인 구조조정 얘기를 하면서 기업 실명을 거론한 사실은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거론된 기업들이 13일 내내 시장의 각종 문의와 해명에 진땀을 뺄 수밖에 없는 현실을 몰랐다면 그 역시 너무나 안이한 인식.

더군다나 '보도'가 본분인 기자들 앞에서 얘기해놓고 쓴 기자를 힐난한 것 또한 비상식적이다. 끝내 자신은 아무 잘못 없다는 금융당국 수장. 자기 말의 무게조차 모르는 그가 올해 금융위기에서 우리나라를 구해낼 수 있을까. 자기 말에 책임 지지 않는다면 네티즌 '미네르바'와 무엇이 다를까. 개각을 앞둔 예민한 시기에 전위원장은 그 어떤 해명도 군색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문준모 경제부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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