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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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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필화

입력
2009.01.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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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화(筆花)는 '붓 끝에 피는 꽃'이라는 뜻으로, 아주 잘 지은 글을 이르는 말이다. 반면에 필화(筆禍)는 '발표한 글이 법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켜 제재를 받는 일'이다. 역사상 筆花에 대한 무수한 筆禍가 있었다. 현대사에서도 각종 필화사건으로 훌륭한 작가들이 감옥에 드나들었다.

군부독재기, 국민다중의 소일거리가 '읽기'밖에 없던 시절엔 글이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좋은 글'은 국민다중을 감동시키고 각성시키고 권력을 의심하고 나아가 비판하도록 이끌 만큼 영향력이 있었다. 때문에 권력은 거의 목숨 걸고, 좋은 글을 탄압했다. 즉 筆花가 筆禍를 만들었던 것이다. 인터넷시대가 된 뒤에는, 민주화가 진전된 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고, 국민다중이 대체적으로 쓰기는 좋아해도 읽기는 싫어해서 筆禍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가끔 성풍속을 해친다는 오해를 받고 시끄러웠던 글이 있기는 했어도! 그런데 이 최첨단 글로벌 시대에, 筆禍를 되살려낸 자들이 있다. 무덤에서 강시를 끌어낸 꼬락서니다. 로이터통신사가 국제면이 아니라 '희한한 뉴스'에 실을 정도로 해괴한 짓이다. 쪽팔리니, 해외여행시 한국인이 아닌 척해야 할 판이다. 설마 그이의 뜻이겠는가, 소갈머리 좁은 자들의 과잉충성일 테다.

소설가 김종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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