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미국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에서 변호사인 미란다는 '클라미디아'라는 성병에 걸린 것을 알고, 자신과 잠자리한 남자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린다. 미란다는 성병을 파트너에게 옮길 수 있어 잠자리한 모든 남성에게 그 사실을 알린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우리나라도 성 경험 연령이 점점 낮아지면서 10대 청소년의 성병 발생이 1만 건(보건복지가족부ㆍ2007년)을 훌쩍 넘어섰다. 성병에 걸리면 쉬쉬하기에 급급해 현재 파트너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기만 치료하고 말기 때문이다.
■ HPV, 생식기 사마귀도 일으켜
성 파트너 서로에게 옮길 수 있는 바이러스로 인(人) 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있다. HPV는 자궁경부암을 일으키고, 남녀 모두에게 생식기 사마귀를 유발한다. 또한 질암과 외음부암, 항문암, 음경암, 구강암 등 다양한 생식기 질환을 일으킨다. HPV는 유형이 100여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6형과 11형이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킨다.
흔히 콘딜로마(곤지름)라고 불리는 생식기 사마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생식기 사마귀는 피부접촉으로 전염되며 생식기나 항문 주위 피부나 점막에 사마귀 형태로 나타난다. 대개 여러 개의 사마귀 모양으로 병변이 나타나지만 때로는 군집해 기생하며 버섯이나 양배추처럼 보이기도 한다.
생식기 사마귀는 가려움증이나 출혈을 일으키지만 치료가 쉽지 않다. 또한 자신 뿐만 아니라 자녀와 배우자에게도 큰 고통과 위험을 줄 수 있다.
생식기 사마귀를 가진 사람과 성접촉하면 전염 확률이 50% 이상 된다. 드물지만 생식기 사마귀를 가진 산모가 분만 시 자녀에게 수직 감염시키기도 하는데, 영아 호흡기에 사마귀가 생기는 재발성 호흡기 유두종(RRP)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때 목에 혹이 생겨 아기가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수술해야 하고, 평생 수술할 수도 있다.
■ 1년에 4만명 넘게 치료 받아
건강보험관리공단 자료(2006년)에 따르면 남성 2만773명, 여성 2만3,798명이 생식기 사마귀 치료를 받았다. 인구 10만명 당 남성은 88.5명, 여성 100.9명이 앓고 있는 셈이다.
강서미즈메디병원 박선희 과장은 "부끄러운 질병이라는 속성을 고려하면 실제론 이보다 훨씬 많은 환자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물게 수직 감염되는 RRP로 치료받은 환자가 2006년에 남성 5,367명, 여성 3,424명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보건복지가족부 자료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성병 발생 건수는 1만2,071건(2007년)으로 2005, 2006년의 8,000여건보다 크게 늘었다. 생식기 사마귀는 1만3,639건으로 전체 성병 가운데 임질(2만9,868건ㆍ전체 46%)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뒤 이어 성기 단순포진, 클라미디아 등의 순이었다.
생식기 사마귀와 이를 유발하는 HPV의 감염은 HPV 검사로 알 수 있다. HPV는 감염 후 저절로 없어질 수 있으므로 6개월~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해야 한다.
■ 약물 화학적 보존요법, 수술로 치료
생식기 사마귀는 약물을 이용한 화학적 보존요법과 수술로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마귀 제거법일 뿐 HPV를 없애는 근본 치료법은 아직 없다.
즉 약물을 이용한 화학적 보존요법과 물리적으로 제거하는 수술을 해도 HPV가 피부에 남아있으면 재발할 수 있다. 박 과장은 "실제로 3명 중 1명은 치료 후에도 병변이 지속된다"며 "생식기 사마귀는 완치가 어려워 치료보다 이를 유발하는 HPV를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콘돔 사용을 통해 생식기 사마귀를 1차 예방할 수도 있지만 확실한 예방법은 되지 못한다. 생식기 사마귀를 일으키는 HPV는 피부 접촉을 통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자궁경부암 백신으로 잘 알려진 '가다실'은 HPV로 인한 생식기 사마귀를 100% 예방한다. 생식기 사마귀를 예방하는 백신으로는 이 백신이 유일하다. 현재 9~15세 남성과 9~26세 여성이 접종할 수 있으며, 최근 중년 여성도 그 효과를 입증하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권대익 기자 dkwon@hk.co.kr
일러스트=김경진기자 jin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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