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전망 2009 석학 인터뷰]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에게 듣는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전망 2009 석학 인터뷰]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교수에게 듣는다

입력
2009.01.15 05:56
0 0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라크에서 전쟁으로 힘을 과시했던 조지 W 부시의 미국 정부가 막을 내린다. 버락 오바마 새 정부의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 세계 경기 침체로 냉전 이후 20년간 지속돼온 미국 일극(一極) 정치 구도가 바뀔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하지만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ㆍ53) 도쿄(東京)대 교수는 "미국의 일극 지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경제력과 군사력에서 미국에 대항할만한 국가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그는 국제 정치구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 협력'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쿄대 법학부 연구실에서 그를 만나 미국의 정권 교체와 금융 위기 이후 국제 정치의 지형 변화에 대해 들었다.

대담 : 김범수 도쿄특파원

― 미국의 정권 교체와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영향으로 국제사회가 크게 변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는 변화 중 어떤 것에 가장 주목해야 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위기다. 서브 프라임 문제로 시작한 경제 혼란이 예상을 넘는 규모로 퍼져 금융이 위축되고 있다. 현재는 다소 안정됐지만 다시 한차례 금융 위축이 일어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주식시장이 안정됐다 하더라도 주가가 폭락했으며 부실채권을 안은 은행이 금융 위축 탓에 융자를 하지 않고 있다.

경제 위기는 금융에서 시작했지만 곧바로 제조업으로 파급돼 미국의 자동차 빅3, 일본의 도요타도 적자가 예상된다. 한국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이 위기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것인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기 어렵다. 유감스럽지만 상당히 장기화할 것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 된다."

― 냉전 이후 지속된 미국 일극 지배 체제가 세계 경제 위기를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는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 때문에 경제 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 규제가 완화된 것은 아니다. 규제 완화는 미국이 강요한 것이 아니라 각국이 그러면 돈을 더 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채택한 것이다.

다만 이것을 완전한 자유 선택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미국, 영국이 금융 시장을 완화할 경우 다른 나라가 따라 하지 않으면 자금이 계속 이 두 나라로 흘러 들어가기 때문이다. 일단 규제 완화를 하는 나라가 등장하면, 다른 나라도 자국의 경제를 지키기 위해 규제 완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과정에서 완화가 늦었던 게 일본이다. 제조업의 경쟁력이 높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초의 일본 제조업은 경쟁력이 매우 높았고 그래서 석유 위기를 벗어나는 것도 빨랐다. 하지만 그 때문에 거품경제가 무너진 뒤 일본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미국이라는 사실이 냉전 이후 일극 지배 체제에 어떤 변화를 불러 올 것으로 보는가.

"미국의 일극 지배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은 미국에 대항하는 국가가 등장하는 상황이 아니다. 군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세계적인 연계가 매우 높아졌다. 통화를 예로 들면 달러의 신용이 크게 줄었지만 유로는 그보다 더 신용할 수 없게 됐다.

같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약해졌다고 해서 중국이 부상한다고 할 수도 없다. 중국 경제는 미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미국 국채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역시 약해지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정치경제 약체화와 세계 각국의 경제 약체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부시 정권에서 힘이 큰 것만이 아니라 단독 행동으로 치달았다. 정권 출범 당시 미국은 재정 적자를 해소해 경제적으로 매우 강한 상태였다.

그리고 냉전 이후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었기 때문에 미국은 다른 나라와 협력을 경시하고 혼자서 움직였다.

미일 동맹은 유지할 수 있었지만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매우 악화했다. 유럽은 원래 안전보장은 미군에, 경제는 달러에 의존했지만 냉전이 끝난 뒤 안전보장을 미군에 의존할 필요가 줄고 경제적으로도 유로라는 새로운 통화를 얻었다.

미국이 동맹국과 협력을 중시하지 않아 미국과 유럽이 더 멀어진 것이다. 군사적인 측면을 보면 단독행동으로 동맹국의 의견을 무시하고 이라크 전쟁을 벌였다.

미국은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여전히 제1의 대국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전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15만명의 병력을 보내 놓고 있다.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의 병력을 줄이고 아프가니스탄 병력은 늘리겠지만 이라크와 아프간 병력을 더해 14만명 이하로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 이제 다른 전쟁에 큰 병력을 파峠?능력을 잃었다는 것이다. 부시 정부가 출범한 8년 전에 비해 미국은 동맹국과 협력이 취약해진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약해졌다.

현재의 국제금융위기는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게 됐다. 다른 나라와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간에 묶여 새로운 군사적 긴장에 단독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 역시 다른 나라와 협력이 필요하다. 결국 미국 일극 체제에서 다극화로 나아간다기보다 단독 행동하는 미국에서 국제협력할 수밖에 없는 미국으로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美 패권 여전하지만 단독 행동 갈수록 부담아프간 부흥 지원·이스라엘 정책이 시험대

러시아 에너지 무기화에 대응 美- 獨·佛 밀착전망

― 오바마 미국 차기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가 택할 새로운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오바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부시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다. 이라크와 아프간으로 병력을 보냄으로써 미국의 대외영향력이 추락했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경제위기에서 빠져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자면 정부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많은 사람이 새 정부에 기대를 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가 이 기대를 얼마만큼 충족시킬 수 있을 지가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적다. 다른 나라와 협력해야 한다.

외교적인 해결도 중요하다. 아프간 부흥지원을 위한 국제적 협력 요청이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바로 시작될 것이다. 지금 아프간은 비정부기구(NGO)가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하다.

일본에게도 군사 요청을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가 있지만 군대보다 NGO의 역할이 더 필요하다. 일본은 유엔이 철수한 뒤에도 활동한 실적이 있다. NGO가 들어가지 못하면 아프간의 부흥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금 알기 힘든 것은 이스라엘 문제다. 미국은 이스라엘 문제와 관련해 유럽 등 다른 나라와 협력한 적이 거의 없다. 이스라엘 및 팔레스타인과, 그리고 그 사이에 서서 중동 평화협의를 한 경험이 있을 뿐이다. 이 틀을 오바마가 바꿀 수 있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중동 평화를 위해 참여하고 싶다는 의견을 표시했지만 그런 나라가 실제로 참여한 것은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의 마드리드 회의뿐이다. 당시 회의에는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도 참가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나라가 참여하면 이스라엘의 처지가 약해진다고 생각해 배제해왔지만 그 틀을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내 유대인의 반발이 있기 때문에 오바마의 중동정책이 어디까지 변할지는 알 수 없지만 중동평화협의가 국제화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만한 사안이다.

다음은 러시아다. 부시 정부는 동유럽 국가 및 옛 소련 연방국과 협력을 강화했다. 반대로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서유럽과는 관계가 좋지 않았다. 영국과 관계가 좋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를 들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라크 전쟁 전 비공식적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가 거부 당했다.

이제는 이런 상황이 바뀔 것이다. 독일, 프랑스가 한쪽에 있고 또 한쪽에 미국이 있는 상황이 되면 러시아에 이용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갖고 독일, 프랑스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이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강국과 협력을 만들어 갈 것이다. 이런 협력은 벌써 시작됐다고도 볼 수 있다."

― 당면한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오바마 정부는 어떤 정책을 동원할 것으로 보는가.

"국제 협력을 요청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거의 다한 상황이다. 각국은 일체가 돼 기준금리를 내리고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이고 있다. 부시 정부 때도 했지만 오바마 역시 이것말고는 선택이 없다. 지금 포인트는 국내로 옮겨 가 있다.

국제 금융 위기의 확대가 다소 멈췄다고 해도 각국의 기업이 매우 약해졌고 금융기관도 약해져 정부의 금융시장 개입, 경기 부양과 함께 고용 대책이 중요해졌다. 금융위기가 또 한 차례 올 가능성이 있다. 국제적인 대기업이 파산했을 때 주식시장이 다시 폭락하고 큰 충격을 몰아오는 것은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이때도 역시 국제 협력이 필요하다."

―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어떤 국제 협력이 필요한가.

"이제 더 이상의 금리 인하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정부가 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할 수 있는 나라가 있고 힘에 부치는 나라가 있다. 주요 20개국(G20)이 다시 모여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신흥경제권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과 동남아의 태국 그리고 인도, 중국 등은 성장 가능성 때문에 그 동안 해외에서 대량의 자금이 흘러 들어왔는데 그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이 대처 방안이 될 수 있지만 IMF의 지원은 엄격한 조건을 두기 때문에 실은 또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 IMF를 통하지 않고 단기에 자금을 공급할 수 있는 이른바 '미야자키(宮澤) 구상' 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시아에는 한중일과 아세안을 중심으로 가동 중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이 체제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

무역 금융의 안정을 위한 자금 협력도 필요하다. 금융 위축이 일어나면 무역도 위축된다. 특히 아시아는 타격이 더 크다. 정부가 무역에 대한 신용 보증을 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그렇게 하자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대외수출 등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한중일에는 특히 중요하다."

가혹한 IMF 구제방식 또다른 위기 부를수도오바마 경제 실패땐 세계적 보호무역 초래中 당분간10% 성장어려워… 사회불안우려

― 오바마 정부가 등장한 이 시기의 미국과 세계가 국제정치사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 것으로 보는가.

"좋은 시나리오와 나쁜 시나리오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좋은 시나리오로 간다면 오바마는 뉴딜을 실시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될 것이다. 다만 루스벨트와 다른 점이라면 미국 혼자만이 아니라 국제협력을 통해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부의 역할에 대한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군사안전 보장이고, 경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간여하지 말아야 하며, 선거에서는 감세가 최우선 이슈인 그런 시대였다. 이제 이것이 변할 것이다. 안전보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가능한 한 외교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제협력도 활발해진다.

정부의 역할은 국민의 생활 보호를 강화하는 것으로 바뀐다. 선거에서도 감세가 아니라 급부(給付) 즉 정부가 무엇을 지원해주는가가 초점이 될 것이다. 이런 사회민주주의 형태의 변화가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함께 일어날 것이다.

나쁜 시나리오는 혼란이 계속되는 것이다. 오바마는 루스벨트가 아니라 지미 카터의 반복이 될 수 있다. 경제가 좋아지지 않으면 지지율도 저하될 것이다. 중간선거까지 2년 사이에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공화당 지지가 올라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 노동조합의 기득권 주장이 커지고 조합에 가입한 노동자와 그렇지 않은 노동자의 대립 등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경제가 좋지 않기 때문에 대외 불신과 공포감이 생기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각국 정부가 자국 경제 보호를 강화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무역이 더욱 악화하면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권의 타격이 커진다.

하지만 지금은 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모두 알고 있고 그것을 피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방향이 좋은 시나리오로 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아직 성과는 없다."

― 미국이 적극적인 국제협력으로 나설 경우 어느 지역이나 나라가 중요해질 것으로 보는가.

"이제 세계경제가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가 약해지면 다른 나라가 부상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모두 함께 나빠지거나 좋아질 뿐이다. 미국을 대신해 어떤 나라가 부상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언론은 미국의 몰락이라는 표현을 즐겨 쓰지만 미국 등 세계의 몰락일 뿐이다. 중국의 시대라든지, 일본의 기회라든지 그런 상황이 될 리 없다."

― 미국을 대신하지는 않더라도 새롭게 중요해지는 나라가 있을 수 있지 않은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이대로 가면 신흥경제권은 더욱 약해질 것이다. 중국은 지금보다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외의존형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정권 교체가 당면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정치가 제일 중요한 상황이다."

― 중국의 성장을 모두 주목하고 있지만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것 같다.

"일본 경제를 중국이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이 아시아의 경제 대국이라는 도식이 처음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안도 생기고 일본 국내에서는 내셔널리즘도 강해질 것이다. 한국 역시 비슷한 방향이 아닌가.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중국 국내 문제이다. 중국의 성장률은 높지만 당분간은 10% 성장이 불가능할 것이다. 해외 투자자금이 지탱해온 중국 경제가 침체하면 정치가 큰 타격을 입는다. 도시 지역의 불안 확대가 초점이다. 농촌에는 지금도 폭동이 빈발하지만, 농촌의 불안이 공산당 정권을 쓰러뜨릴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농촌은 성 정부를 향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으며 중앙 정부가 지방 정부를 단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의 혼란이 커져도 중앙 정부의 안정을 해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도시는 그 패턴을 적용할 수 없다. 중국은 경제 회복이 다른 나라보다 빠를 테지만 성장 속도도 저하되고 실업도 줄지 않을 것이다.

실업이 도시지역의 사회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천안문 사태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면 정부도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다."

― 군사력을 포함해 일본의 국제공헌에 대한 국제적인 요구가 커지고 있다.

"분쟁지역에 대한 일본의 군사적인 공헌에는 찬성한다. 그것이 한국, 중국의 우려를 부를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도, 중국도 이런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대외 병력 파견을 평화유지 활동이 아니라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의 활용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일본 내에 있는 경우이다.

그 때는 각국의 반발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이 병력을 파견할 필요가 있는 지역은 동아시아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분쟁지역이다. 거기서 일본의 군사적인 역할이 커져도 한국, 중국의 안정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지와라 기이치 교수는

후지와라 기이치(藤原歸一ㆍ53) 도쿄대 교수는 최근 수년 동안 일본 언론을 통해 가장 활발하게 발언하는 국제정치학자 중 한 명이다.

대학원 시절 전공인 필리핀 정치에서 출발해 동남아 정치에 해박한 것은 물론 한국, 중국 문제에도 관심이 깊다. 어린 시절 미국 생활 경험이 있는데다 예일대 유학 등을 통해 미국 정치에도 밝다.

지역 정치 연구에 한정하지 않고 시야를 넓혀 냉전, 역사인식과 관련한 논문도 다수 발표한 그는 독일과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을 기억하고 후세에 전하는 방식을 비교한 첫 단행본 <전쟁을 기억한다-히로시마ㆍ홀로코스트와 현재> (고단샤 발행ㆍ2001년)로 주목 받으며 언론의 주요 논객이 됐다.

일본 평화헌법의 핵심인 헌법 9조는 개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헌법 9조 신성론과는 거리를 두어 자위대나 미일안보조약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진보적인 성향이면서도 합리성과 현실성을 중시하는 쪽이다.

인터뷰 끝에 한일 관계의 영원한 걸림돌인 독도 문제를 물었다. "해법은 잊어버리는 겁니다." 그는 "일본이 영유권을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는 보지 않으며 시마네(島根)현의 움직임에 대한 한국의 대응이 지나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보수세력의 발언이 주변국의 과잉 대응을 부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전쟁 책임을 인정하는 동시에 전후 평화노력을 평가 받으려는 일본의 적극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늘 이야기하고 있다.

1979년 도쿄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84년 도쿄대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사회과학연구소 조수를 거쳐 지바(千葉)대 부교수,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조교수를 지낸 뒤 99년부터 도쿄대 법학정치학연구과 교수를 맡고 있다.

단행본 저서로 <데모크라시의 제국-아메리카ㆍ전쟁ㆍ현대세계> <정의로운 전쟁은 정말 있는가-이론으로서의 평화주의> <평화와 리얼리즘> <전쟁 해금-아메리카는 왜 필요 없는 전쟁을 저질렀나> 등이 있다. 영화 마니아로도 알려져 있으며 <영화 속의 아메리카> 외에 영화 관련 글도 많다.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