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새해 건강 목표로 '혈압 잡기'를 세운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만큼 고혈압은 현대인에게 있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대상이 됐다. 하지만 지속적인 생활습관과 관리가 필요한 만큼 혈압 잡기가 그리 녹록치 않다. 올바른 고혈압 관리법을 '국민고혈압사업단'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혈압약을 먹으면 발기부전된다?
혈압약을 먹으면 정력이 감퇴되고 발기부전이 된다고 생각해 약을 먹지 않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이보다는 고혈압일 때 남자 구실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으므로 적극적인 혈압 조절이 필요하다.
고혈압 환자는 성 관계 시 혈압이 상승하므로 "성 관계가 잘 안되면 어쩌나" 하는 심리적 불안감으로 심인성 발기부전이 되기 쉽다. 또 신체적으로도 고혈압으로 인해 동맥경화가 나타날 경우 음경이 발기되는데 필요한 혈액이 원활하게 음경으로 전달되지 못해 발기부전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의학계에서도 고혈압 환자의 경우 최근에 심근경색이 있었던 경우나 뇌졸중 경험자, 협심증ㆍ관상동맥질환 다위험환자(비만, 심장병 가족력, 스트레스 등)는 심장질환 위험이 생길 수 있으므로 전문의 진단을 먼저 받은 뒤 성생활을 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을 때 발기부전 치료제를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 발기부전약은 협심증약과 고혈압약, 뇌졸중ㆍ만성 콩팥병 치료제 등을 먹는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 소금만 줄이면 고혈압 안심이다?
고혈압 환자에게 소금은 공적이다. 소금을 섭취하면 고혈압 합병증(허혈성 심장병, 심근경색 등)의 유병률이 높아진다. 소금이 우리 체내에 들어오면 혈관 수축물질을 생성해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게 붙잡아 혈액량도 늘어나 자연히 혈압이 올라간다.
고혈압 환자에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은 5g 미만(나트륨으로는 2,000㎎)이다.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 10g 이하의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소금이 짜다고 짠 맛이 안 나는 음식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갖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의해야 할 식품도 많이 있다. 샐러드에 뿌리는 드레싱이 대표적. 드레싱에는 마요네즈, 간장, 케첩, 오일 등이 사용되는데, 이 재료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은 상당하다.
한국영양학회에 따르면 '케첩 두 숟가락, 마요네즈 세 숟가락, 간장은 작은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에는 하루 권고 섭취량의 1/4인 나트륨 500㎎이 들어있다.
또 동물성 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피해야 한다.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나 쇠고기의 살 부위, 닭고기의 가슴살' 등은 괜찮다. 하지만 '돼지고기 비계, 내장, 간, 콩팥, 햄, 베이컨, 소시지, 어묵, 달걀 노른자(하루 한 개 이상)'는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조개류, 정어리, 오징어 등도 주의해야 한다. 이런 음식들은 혈압을 직접 높이지는 않지만 동맥경화를 악화시켜 고혈압 합병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 혈압약에도 음식 궁합이 있다?
혈압약의 종류에 따라 혈압을 낮추는 방법이 다르다. 혈관을 넓혀서 압력을 낮추는 방법, 혈관이 좁아지는 것을 막는 방법 등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혈압약에 따라 일부 음식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혈압약은 자몽주스와 함께 먹지 말라'는 속설이 있는데, 무조건 그렇지는 않다. 혈관을 넓혀 혈압을 낮추는 칼슘채널차단제에만 해당하는 말이다. 자몽주스를 함께 먹을 경우 간에서 약물 대사과정에 영향을 미쳐 약효가 예상보다 강해지거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혈관 수축을 막아 혈압을 조절하는 'ACE 차단제', '칼륨보충이뇨제'는 콩팥에서 칼륨 배설을 억제해 체내 칼륨이 높아지므로 바나나, 오렌지, 푸른 잎 채소 등 칼륨이 풍부한 음식은 덜 먹는 것이 좋다. 체내 칼륨이 높아질 경우 고칼륨혈증이 유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
성인의 정상 혈압은 수축기(최고) 혈압 100~119㎜Hg, 이완기(최저) 혈압 60~79㎜Hg다. 수축기 혈압이 정상 혈압보다 높으면 고혈압이고, 낮으면 저혈압이다.
혈압이 높을수록 피가 혈관 속에 세게 지나가면서 혈관 내벽에 상처를 주고, 주요 혈관을 막아 뇌졸중 등과 같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혈압이 낮은 저혈압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최근 혈압과 사망률 관계를 조사한 연구 결과, 저혈압은 고혈압과 달리 사망률이 높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혈압은 과다출혈 쇼크로 혈압이 갑자기 떨어지는 경우가 아닌 체질적으로 혈압이 낮은 경우라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맥압을 아는 것도 혈압관리에 도움이 된다. 맥압은 최고 혈압에서 최저 혈압을 뺀 수치인데, 보통 50㎜Hg 이내가 정상이다. 맥압을 보면 혈관의 경직도를 알 수 있다.
혈관이 잘 늘어나지 못하면 최고 혈압이 높고, 반대로 혈관이 잘 줄어들지 못하면 최저 혈압이 낮아지므로 최고 혈압과 최저 혈압차가 커지게 된다. 따라서 맥압이 50㎜Hg 이상인 경우 혈관이 딱딱해진 동맥경화증을 의심해야 한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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