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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한상률 국세청 문제 신중에 신중

입력
2009.01.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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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국세청장 문제를 다루는 청와대의 자세는 일단 매우 신중하다. 내부적으로는 경질 불가피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언급과 논평들이 조심스럽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이 14일 브리핑에서 "한 청장 문제는 선 진상규명, 후 조치"라는 원론만 되풀이한 것이 이런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한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을 비롯 이상득 의원의 지인들과 골프를 치고 이명박 대통령의 동서와 식사를 한 사실이 흘러나온 과정이 미묘하기 때문이다. 그림 로비가 사실이냐, 아니냐는 진실게임을 넘어 모종의 정치적 배경이 있다는 음모론이 나돌고 있음을 청와대도 잘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한 청장과 전군표 전 청장이 2006년 유력 대선후보였던 이 대통령의 탈세여부 등을 뒷조사하는데 대한 책임소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는 민감한 얘기가 청와대의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있다. 그런 뒷얘기의 골자는 청와대 민정라인이 이 부분을 조사해보니 당시 국세청 차장이던 한 청장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한 청장이 수감돼 있는 전군표 전 청장에게 떠넘기자 이에 격분한 전 전 청장 측에서 이런 폭로전을 벌였다는 것이다.

국세청 대구ㆍ경북(TK) 세력들의 조직적 반란이란 소문도 부담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거의 전 부처에서 TK 약진과 이에 따른 인사불만이 폭발 직전까지 팽배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잘못 다룰 경우 공직사회가 크게 곪을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걱정이다.

골프나 식사 건도 한 청장이 신 권력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 이 역시 자칫 이 대통령이나 이상득 의원의 주변관리 문제로 불통이 튈 수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것이다. 한 청장의 그림 로비 의혹과 골프ㆍ식사를 둘러싼 소문들을 낱낱이 밝혀야 하는지, 아니면 한 청장을 경질하는 정치적 행위로 매듭지을지를 고심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일단 검찰이 뇌물 여부 등 실정법을 위반했느냐는 부분을 내사, 전말을 밝히자는 쪽이지만, 의혹과 소문이 꼬리를 물고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비, 상황의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아울러 이 문제로 한 청장을 포함 국정원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 인사가 당겨질 수밖에 없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이들 중 김성호 국정원장은 여권 핵심부에서 여전히 '지난 정권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어 경질 압박이 강한 편이다. 특히 여권 핵심부와 선이 닿아있는 핵심간부와의 불화설이 경질설을 더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13일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현재로서는 유임설에 무게가 실린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연말에는 유임론이 우세했지만, 경찰청 내 특정세력을 중심으로 교체론이 거세게 제기되고 있어 일단 경질 쪽으로 기운 분위기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권력기관장 인사 이후의 후유증은 그리 간단치 않을 전망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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