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했지만 '역시나' 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진앙, 미국이 13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로부터 다시 한번 국가신용등급 최우량(AAA) 판정을 받았다. 향후 이 등급을 유지할 전망 역시 '안정적'이었다. '지나치게 후해 보이는' 잣대에 의구심 또한 높아가고 있다.
잘 알려졌듯, 미국은 지금 세기적 위기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붕괴된 금융시스템은 대규모 공적자금으로 겨우 연명하고 있고 "1조달러가 넘을 것"(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이라는 천문학적 재정적자는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S&P는 미국 신용등급 유지의 이유로 "재정악화는 일시적(temporary)일 것이고 다른 신용능력으로 극복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높은 소득수준과 유연한 경제구조, 특히 '달러를 찍어내는 나라'로서의 강점이 재정악화와 금융혼란, 대외여건 악화와 복지비용 증가 등의 약점을 눌러 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여전한 '수퍼파워'로서의 미국의 상대적 이점을 인정하면서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달러를 찍어내 외채 부담은 없다지만 엄청난 재정적자 측면만 비교해도 다른 나라보다 나을 것이 없다"며 "최소한 향후 전망은 '부정적'이어야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내릴 경우, 전세계 투자환경이 극심한 혼란에 빠질 위험을 감안한 듯 하다"면서도 "현재 투입중인 막대한 유동성이 또다른 버블을 키울 염려 등을 고려하면 등급 유지는 지나친 낙관"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S&P를 비롯한 무디스, 피치 등 3대 신용평가사의 고무줄 잣대 시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한국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이었고 2001년 파산한 미 에너지기업 엔론의 신용등급도 파산 4일 전까지 역시 '적격'이었다. 인터내셔널헤럴트트리뷴(IHT)은 얼마전 "무디스가 최근 합병당한 대형 모기지업체의 신용등급을 수년전 하향조정했다가 회사측 반발로 하루만에 다시 올린 바 있다"며 "경비견 역할을 했던 신용평가가가 어느새 애완견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도 이들에 맞대응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 98년 일본 대장성은 무디스의 국가등급 전망 하향조정에 맞서 "신용평가사들을 재평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결국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유럽을 중심으로 G20 등에서 제기되는 신용평가 시스템 재정립 논의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피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장기 외화표시발행자등급(IDR)을 'BBB-'에서 'BB+'로, 단기 등급을 'F3'에서 'B'로 하향 조정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피치는 또한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부정적(Negative)'으로 낮췄다.
김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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