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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한국 국회에 약?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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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버스터, 한국 국회에 약? 독?

입력
2009.01.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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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일부 의원과 민주당이 국회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제안한 필리버스터(filibuster) 제도의 도입을 두고 찬반 논란이 한창이다.

필리버스터는 의회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 수단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이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연속적 수정안 제출, 징계동의안 제출 및 우선 표결 요구, 의결정족수 확인 요구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가장 흔히 쓰는 방법은 장시간의 연설이다.

필리버스터는 미국 상원에서 가장 자주 활용되고 있는데 일본 프랑스 등 다른 선진국에서도 종종 쓰이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 의회는 법으로 필리버스터 제도를 명문화하지는 않고 있으나 발언시간 제한 규정을 두지 않음으로써 필리버스터를 허용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 공화당 소속의 스트롬 서먼드 상원의원이 1957년 민권법을 저지하기 위해 24시간18분 동안 마이크를 잡았던 것이 거론된다. 하지만 미국 상원은 필리버스터 남용을 막기 위해 재적의원 5분의 3(60석)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 토론을 종결하도록 했다.

한국에서는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관련 국민투표법을 저지하기 위해 10시간 동안 발언했던 기록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의원들의 발언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필리버스터를 원천봉쇄하고 있다.

필리버스터를 허용할 경우 소수파가 의견을 충분히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제한 규정을 두지 않을 경우에는 다수결 원칙이 훼손될 수 있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희대 김민전 교수는 "비의회적 방법을 동원할 경우에는 엄격하게 처벌하되 소수파에게는 장시간의 토론 기회를 주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름 동안 물리적 대치를 하기보다는 장시간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익대 임종훈 교수는 "필리버스터는 소수 의견 존중이란 장점을 갖고 있지만 정부여당이 국정 운영을 위해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는 법안 처리를 무한정 지연시킬 수 있는 문제점도 갖고 있다"면서 "필리버스터를 허용할 경우에도 분명한 제한 규정을 둬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등은 미국식의 필리버스터 도입을 검토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다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 도입에 소극적이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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